중국에 9개 화로체인점 일궈낸 젊은 기업인
날짜 : 2007년 06월 17일 (16시 53분)
편집자의 말:
콘크리트문화가 현대인을 지배하는 오늘, 조선족들의 이민사도 그 발걸음을 맞추어 경영인을 위주로 한 3세에 이르렀다. 중한수교직후 연해도시에 진출한 이민 2세에 비하면 현재의 조선족젊은층은 언어적 우세나 틈새시장을 활용할만한 기회가 무척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선배기업인들로부터 섭취한 교훈과 한국의 선진 경영이념 접수가 점차 이들의 발전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기부터 차세대 조선족기업인들의 경영노하우를 반영한 기사를 시리즈로 펼쳐본다.
안금산 프로필
▲ 1973년 흑룡강성 통하현 태생
▲ 한국인화대학 경영학과 졸업
▲ 현 安氏餐飮管理有限公司 대표
청도安氏餐飮管理有限公司 안금산 대표(34)는 젊은 패기와 신선한 연륜이 넘쳐나는 요리계의 '흑마'이다.
이촌의 한 까페에서 만났다. 굵은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굵고 부드러운 바리톤 음성은 더빙한 명화극장 남자주인공 목소리를 연상케 한다.
안 사장은 나름의 원칙을 고집하는 스타일이다. 중국의 한국회사와 한국에서 오래 근무했지만, 어떤 기업의 특유의 ‘매너리즘’을 거의 느낄 수 없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을 묵묵히 해내는 스타일이다.
안 사장은 청도 한겨레 음식업체에서 가장 많은 체인점과 가맹점을 가진 젊은 CEO. 노련함과 완숙함을 물씬 풍긴다. 사업은 이제 시작일 뿐이란다. 창업 4년채 지만 그의 포부에 비춘다면 사업규모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안금산 사장은 요리, 레스토랑, 고기류와 소스 등 세가지 아이템을 제공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맛있게 향수(享受)할 수 있는 요리종합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올해는 산동성에 20개의 체인점을 만들고 전국에도 가맹점을 두고 싶은 것이 경영계획이다. 음식분야에서 독특한 컨텐츠를 만들어내면서 이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 살고 있다는 묘미
안금산에게는 빛바랜 노트 8권이 있다. 학생들이 흔히 쓰는 두툼한 공책이다. 한국화로의 원조 신씨화로에서 지배인으로 4년 동안 일하면서 작성한 이 노트에는 요리비법, 인맥관리, 레스토랑 관리 등을 빼곡이 기록해 놓은 것이다.
"무작정 기록했습니다. 모르는 것은 뭐든 적었죠. 요리라는 것은 실천과 이론이 같이 따르는 것이니깐요!" 불타는 향학열(向學熱)탓에 1권당 100쪽 이상 되는 두툼한 노트가 6개월에 1권씩 생겨났다.
13세에 아버지를 여윈 안금산은 안씨가족의 4형제 중 막둥이였다. 몹시 궁핍한 생활을 못 이겨 이모네 집에서 '입양'할 형편인 그의 가족콤플렉스는 어린 안금산에게 블랙의 씨앗을 심어 주었다. 너무 일찍부터 떠돌이를 시작한 안금산은 나중에 가족, 친지 심지어는 고향사람들에게 큰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을 키우면서 고등학교도 졸업하고 대학입시도 치르지 않고 사회의 험악한 실정에 뛰어 들어 자신의 심지(心志)를 키웠다.
연대의 한국회사에서 출근하는 1년 동안 계속 경제적으로 시골에서 홀로 농사하는 어머님에게 손을 빈 자기가 얄미웠다. 배운 것도 없고 샐러리맨으로는 자기의 꿈을 키울 수 없었던 그 시기 북경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던 지기 정철근씨가 어느 하루 한국에서 전화가 왔다.
"너 가방낀도 짧고 손에 쥔 것도 없으니 한국에 오라. 내가 도와주겠으니." 정철근씨의 그 한마디 조언에 그는 무작정 한국행을 택했다.
한쪽으로 아르바이트도 하고 한쪽으로는 인화대학에서 경영학 공부하면서 6년 시간이 흘렀다. 그 시기 안금산씨의 새로운 인생의 역전을 연출하게 될 한국화로의 원조 신씨화로의 김원석 사장을 만나게 된다.
IMF 어려운 시기에도 신씨화로 신사장은 본점을 믿고 맡기어 안금산씨는 친화력을 가진 지배인으로 4년동안 끈질기게 일을 했다.
매일같이 하는 김원석 사장의 말씀이 아직도 귀전을 때린단다. "세월 앞에서는 모든 것을 속이지 못한다." 열심히 일하면 얻고 싶은 것은 꼭 보인다. 신념이 있기에 시기가 온 것 같다. 귀국이 발길을 재촉했다.
◆ 도발의 작전기획
2003년, 8년 만에 귀국한 안금산은 엄청나게 변한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중국에 대한 모든 자아의 시스템이 너무나 엉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도저히 근무하지 못할 것 같은 사실을 절감했다. 게다가 삭막해지는 조직내 기업문화도 그를 부담스럽게 했다. 1년간 적응하지 못하고 허송세월만 보냈다.
고시에 합격하거나 해외유학파 대학동기들의 높은 사회적 지위를 실감하며 월급쟁이로서의 한계를 절감하기 시작한 것도 그가 흔들린 또 다른 이유였다.
"예를 들어 일본의 미쓰비시사 과장이면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높은 지위를 인정받죠. 하지만 국내에 돌아와 보니, 샐러리맨은 완전 소모품이더라구요”
2003년, 그는 8년간 지속해 왔던 샐러리맨을 청산했다. 급기야 좌천되기에 이르렀다. 안금산의 인생반전은 이때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귀국과 더불어 그는 홀로서기를 시도하게 된다. 좌천을 딛고, 그는 요리계의 무대에 뛰어들어 과감한 변신에 나선다.
◆ 안금산의 대변신,
화로음식문화의 선구자
드라마, 교양방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지역축제, 만화, 출판, 공연에까지 음식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살펴보면 각개의 음식과 맛은 많은데 사람과 사람, 관계와 관계를 연결하는 음식문화 그리고 그것에 삶에 대한 성찰이 근원적으로 담겨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MBC ‘사랑찬가’, MBC ‘내 이름은 김삼순’, SBS ‘온리유’, KBS ‘러브홀릭’의 이야기 무대는 레스토랑이었다. ‘사랑찬가’와 ‘온리유’, ‘러브홀릭’은 이탈리아식 레스토랑, ‘내 이름은 김삼순’은 프랑스식 레스토랑이 주무대였다. ‘사랑찬가’의 장서희는 웨이트리스,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는 파티셰(제빵사), ‘온리유’의 한채영과 ‘러브홀릭’의 강타는 요리사였다. 요리와 요리사에 대한 주목은 이끌어냈지만 음식에 대한 성찰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공중파방송에서 음식과 맛을 중점적으로 볼 수 있는 교양 프로그램이 넘쳐난 지 꽤 되었다. '결정! 맛 대 맛', '찾아라, 맛있는 TV', '비타민'의 ‘위대한 밥상’은 물론 '6시 내 고향'과 '출발 모닝와이드', '세상의 아침' 같은 종합 매거진 프로그램에서도 공통적으로 다루는 소재는 음식과 맛이다.
최근에는 단순히 음식이나 맛집에 대한 소개뿐만 아니라 음식에 관한 정보와 지식, 들어가는 재료와 전체 영양관계에서 대해서 종합적으로 알려주는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재미-Infortainment)를 지향하고 있다.
4년동안의 노하우는 안금산에게 결국 실망은 주지 않았다. 청도에 진출해서 기껏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브랜드가 고깟 투다리뿐이였다. 행운의 시작이다. 화로문화의 선구자와 전도사가 되는 것이 급선무였다.
안씨화로는 도기화로, 참숯, 부추양념소스, 묵직한 된장으로 만든 쌈장 등 우리 선조들의 고유한 지혜를 버리지 않고 이를 더욱더 잘 활용하여 새롭고 또 참신한 고유의 맛을 경쟁력으로 승화시켰다.
안씨화로는 많은 음식점들이 소홀히 다루는 인테리어 및 분위기에 모더니즘을 반역한 벽돌과 원목 테이블, 블랙 톤의 닥트(중국내 특허도 받음) 등에 유유한 음악선율을 감미하여 한층 더 격조 높은 스타일을 창출하였다. 이런 모던한 분위기는 삼겹살과 와인이라는 독특한 문화적 재결합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현대적 감각의 인테리어와 조명, 이국적인 음악, 전통적인 화로숯불을 통해 나타나는 우리 옛 맛의 메뉴 등이 사람의 오감을 즐겁게 한다. 이런 느낌으로 인해 이곳을 찾는 층은 대학생으로부터 샐러리맨까지 매우 다양하며, 연인들이나 오래된 지인들간의 모임에도 즐거움을 더해 준다.
고풍스러운 화로에 시뻘건 숯불이 담겨져 나오면 화로 위에 석쇠를 올려놓는다. 접시에 정성들여 담겨진 고기가 석쇠 위에 놓여지면 지글거리며 고소한 향을 뿜어낸다. 안씨화로에서 사용하는 도기화로는 고기를 구울 때 화로에서 발산되는 원적외선이 고기의 내부까지 빨리 익게 하여 고기의 육즙이 빠져 나오는 것을 막으며 참숯이 고기특유의 냄새를 없애준다. 숯불 위에서 기름기 빠지고 노릇하게 구워진 고기 한 점을 빨같게 무쳐진 파 무침에 싸서 한입 넣으면 새콤달콤한 파의 향과 풍부한 육즙이 어울려져 먹는 묘미를 톡톡히 준다. 두툼하고 큼직하게 썰어 올려지는 꽃등심, 양념갈비, 우삼겹, 삼겹살은 육질이 부드럽
고 연해 인기 메뉴다.
안씨화로에서 와인과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깊고 진중한 레드와인은 고기의 맛을 한층 감칠맛나게 하며, 산뜻한 화이트 와인은 깔끔한 뒷맛을 느끼게 한다.
◆ 안금산의 메시지
안사장은 요즘 체인점과 가맹점을 만드는 일에 한창이다. 환발해(環渤海)는 물론 나아가서 전국에 화로음식을 가장 잘 만들어내는 전문그룹을 키워내는 게 꿈이다. 전국 레스토랑 조직화도 같은 맥락이다.
성공비결을 묻는 질문에 “아직 성공과 거리가 멀다”며 손사래를 젓는다. 포용력을 우선 꼽는다. “기술적인 것은 전혀 문제가 안됩니다. 핵심은 모든 직원들이 뭔가 한번 해보자는 결집력이죠. 이는 CEO의 포용력에서 나옵니다.”
CEO의 포용력은 그리 간단한 게 아니란다. “사장이 할 수 있는 것은 너무너무 적습니다. 직원들이 다하죠. 중요한 건 해낼 수 있다는 컬처를 만드는 거죠"
포용력을 바탕으로 한 이런 결집력만 있으면 애당초 사업모델이 잘못되더라도 업종을 얼마든지 전환할 수 있다는 게 안 사장의 지론이다.
“말 하지 않아도 직원들이 물고 옵니다. CEO는 직원들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따라 옵니다.”
비즈니스의 네트워킹 능력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요인이란다. 사업아이템 역시 중요하다는 게 안 사장의 설명. “약간 편의를 제공하는 아이템으로는 안됩니다. 고객들에게 근본적인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합니다.”
새로운 사업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상품이냐를 확신이 설 때까지 되물어보면 자연스레 답이 나온다고 한다.
“확신이 들었을 때 시작하면 됩니다. 이 경우 자금과 사람은 부족할 수 있지만, 상품은 틀림없기 때문에 절 때 주저하거나, 불안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정열과 건강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안 사장의 지론이다. 음식문화에 대해 안 사장은 매우 격하게 비난한다. 근본론(根本論)을 들고 나왔다.
“투자는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되돌려줄 자신이 있을 때 해야 합니다. 은행금리이상으로 자본차익, 혹은 배당으로 되돌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근본을 생각하는 음식업체가 거의 없었죠!” 최후의 승자는 근본에 충실하고 정직하게 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30대 초반에 음식창업에 뛰어든 안금산 사장. 요리와 레스토랑 관련 독특한 컨텐츠개발에 혼신을 쏟고 있는 그는 분명 열정을 가진 모험기업가였다.
/홍군식 특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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