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1일, 오전부터 가늘게 내리던 비줄기가 점심 시간을 넘기면서 점차 굵어지기 시작했다. 청도벽산조선족학교 후면 운동장 노천무대에서 열리기로 예약된 벽산학교 제7기 졸업식 및 제1회 어린이 학예발표회가 예상밖에 들이닥친 장맛비에 어두운 먹구름에 휩싸였다.
"이런 날씨에 실외 공연이 무리가 아닐까?!"


아이들의 건강에 초점이 집중되면서 불안한 토론이 이어졌다. 한학기동안 어렵사리 준비한 종목들이기에 아쉬움도 많았지만 결국 어린이들이 우선이라는 책임감으로 인해 오후 두시부터 교내 3층 대강당에 현수막을 따로 설치하고 행사장 꾸미기에 들어갈 준비를 다그쳤다. 실내 무대는 크기의 한계로 상당한 부분의 종목들이 제한을 받게 되는 불편이 있었다.
"선생님, 우리 밖에서 공연하면 안될까요?"


2시 30분쯤 바깥 비줄기가 멈출듯 말듯 하자 아이들이 다투어 제기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전부터 실외에 설치한 무대에서 신나게 연습해 오면서 공연의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아이들이었다. 애들의 순수한 마음과 뜨거운 열정이 또다시 분주한 쟁론을 불러왔고 이어 후면 노천운동장에서는 관중석에 텐트를 설치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오후 3시 30분부터 귀빈과 학부모들이 열악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육속 학교에 도착했다. 주청도 대한민국 총영사관 문창부 영사, 청도조선족기업협회 김창호 회장 및 회장단 인원들, 청록회 최영철 회장, 박약회 조일환 회장, 조선족노인총협회 김재룡 회장, 조선족여성협회 이옥단 회장, 조선족노교사연의회 정병태 선생님, 그리고 여러 신문매체 관계자들과 다년간 벽산학교에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 청도성신모타유한회사 량태승 사장, 금탄옥투자고문유한회사 김철주 사장 등 귀빈들은 잠간 2층 교장실에 모셔져 좌담회를 가졌다. 벽산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들었으며 민족교육의 현황과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그칠 것 같던 비는 행사 진행 시각인 5시에 이르러 오히려 더 기세를 부렸다.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행사는 예정대로 시작되었고 비속에서 국가가 울리고 귀빈 축사가 이어졌다. 문창부 영사는 축사를 빌어 "우리의 전통 문화와 언어를 후대들에게 전수하는 벽산학교 교직원 일동에게 감사하다. 앞으로 벽산 학생들이 한국어, 중국어, 영어 등 다중 언어를 능숙히 장악해 한중교류에 일익을 담당하는 인재로 자라날 것을 기원한다."면서 아울러 조선족을 비롯한 해외 700만 한겨레는 소중한 자산인만큼 한국 정부에서도 다영역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기협 김창호 회장은 축사에서 "동북 3성을 제외한 유일한 정부 인가 조선족학교인 벽산학교가 청도에 자리잡고 있음은 현지 민족사회의 자랑"이라면서 " 우리 모두 손잡고 민족교육을 위해 똘똘 뭉쳐 노력한다면 청도민족교육의 풍성한 가을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벽산학교 허옥선 교장은 답사를 통해 "바른 교육, 밝은 교육을 이념으로 꾸준히 발전을 기하는 벽산학교가 민족사회의 호응에 힘입어 중국 일류 민족학교로 거듭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제7기 졸업식이 진행, 32명 졸업생들에게 허옥선, 손인숙 정, 부교장이 졸업증서를 수여했다. 그리고 교내 "3호학생"에게 상장과 장학금이 발급되었으며 특별히 이창구 "3호학생"에 선발된 6학년 손광휘 학생에게 따로 상장과 장학금을 수여하는 순서가 마련된 후 제1회 벽산어린이 예술무대가 정식 막을 올렸다.


억수로 몰아치는 비바람속에서 29명으로 구성된 교내 오케스트라가 힘차게 교가를 연주했다. 전교 사생과 내빈 및 학부모 600여 명이 기립한 가운데 우렁찬 교가는 합창으로 이루어져 하늘 높이 울려퍼졌다. "예술무대"로 명명된 학예발표회는 그간 벽산학생들이 열심히 갈고 닦은 기량을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부채춤, 물동이춤, 해바라기춤, 현대무, 상모춤(농악무), 기악합주, 독창, 합창, 재담 등으로 아담하고 풍성하게 차려진 예술무대는 그대로 감동과 감탄이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출중한 기교도 기교려니와 여리고 가냘픈 어린이들이 사나운 비바람을 꿋꿋히 맞받으며 완벽한 연출을 이어가는 그 정신에 관중석을 화끈 달아올랐다. 모두들 저도모르게 일어나서 눈물을 흘리면서 박수를 끊임없이 쳐주었다. 역경을 이겨내는 아이들의 갸릇한 소행에 장내는 흥분으로 들끓었고 비속에서도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관중에게 선사하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민족의 미래를 보는 것만 같았다. 무심한 하늘은 계속 비를 쏟아붓고 있었지만 장내는 동심에 젖어 분위기가 식을 줄 몰랐다. 가끔 빗물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꼬마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울지 않는다. 다시 제자리를 찾아 열심히 무용을 선사한다. 부모들은 가슴을 졸인다. 그래도 대견한 웃음이 얼굴에 나타난다. "찰칵, 찰칵’ 우산을 쓰는 것조차 잊은채 자녀들의 장한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우리 민족의 전통문화와 언어를 자녀들도 꼭 이어받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벽산학교와 인연을 맺은 그들은 안타까움보다 안위를 먼저 느꼈으리라. 모든 선생님들이 우산을 버렸다. 온 몸이 후줄끈 비를 맞는다. 무대를 오르내리는 어린이들을 다투어 부축하는가 하면 무대앞에 다가서 성원의 박수를 쳐주기도 한다. 교육자의 바른 자세를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고 어린 심령들에 티끌만한 오점을 주어서는 아니된다는 마음때문이리라. 귀빈들도 뜨거운 민족애에 젖어 모든 걸 잊은 듯 싶었다. 다른 때 같으면 분망한 사무때문에 잠간 얼굴을 빌려주고는 인츰 자리를 뜨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날은 한명도 빠짐없이 끝까지 아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었다. 빗방울이 날려들어 무릎까지 흠뻑 젖었지만 애고사리 손으로 민족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어린이들에게 넋을 빼앗기고 있었다.
큰 비 때문에 바이올린 연주와 독창 종목이 빠지면서 아쉬움으로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모습에서도 벽산의 밝은 앞날을 내다볼 수 있었다.


빗속에서 1시간 30분간 펼쳐진 이날 무대는 아이들에게는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심어준 정열의 장으로, 학부모에게는 민족교육의 생생한 장으로, 벽산학교에는 역경을 이겨내고 희망을 맞이하는 장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
투다리 중국본부 한용태 사장, 청도조선족기업협회, 청도조선족노인협회, 청록회, 청도조선족노교사연의회, 금탄옥투자고문유한회사 김철주 사장 등이 기부금을 전달했다.

 

 /장학규 특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