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소설
냉동실
박일

수산물 회사의 김과장은 저녁 퇴근무렵 동태를 저장하는 냉동실에 들어갔다가 그만 동사했다.
매사에 꼼꼼한 김과장은 령하 30도 되는 냉동실에서 자기가 얼어죽는 과정을 상세히 기록까지 했다.
-냉동실 문이 열리지 않는다.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밖에 누가 없어요?... 아무리 소리를 쳐도 듣는 사람이 없다.
-추워서 입술이 덜덜 떨린다. 온 몸이 오그라든다.
-이젠 손가락마저 얼어서 글을 쓸 수가 없다...
이튿날 경찰들의 조사에 따르면 냉동실은 김과장이 들어가서부터 전기가 고장나 온 밤 작동이 멈춰져 있은 상태였다. 그래서 꽁꽁 얼었던 동태상자들이 밤 사이 녹아서 물이 질질 흘렀고 죽은 김과장의 시체도 전혀 얼지 않았다.
그런데 김과장은 왜 죽었을까?
김과장은 냉동실에 갇혀있으면 조만간에 얼어 죽는다고만 생각했기에 지레 절망하여 환각을 고집하며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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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 프로필
필명 주명천. 1955년 생.
흑룡강신문사 고급편집, 부총편집 력임. 현재 흑룡강신문사 론설위원.
벽소설집 “웃음거리”, “노래방 남자들”, “얼굴없는 녀인”, 장편소설 “안개흐르는 태양도”, 기자문선 “현실은 말한다”등출판.
흑룡강성 소수민족문학상 1등상 등 수상.
흑룡강성작가협회 회원. 연변작가협회 회원. 청도조선족작가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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