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불꽃 (외1수)

강희선

 


가시내의 설익은 사랑을

횃불처럼 받쳐들고

 

꿈길까지 찾아 님이어

살포시 꿈에 내려

 

활활 태우는 불꽃 사랑으로

밤을 태우다 사라질 님이어

 

아픔까지도 깡그리 태우고 가소서

뒤에 오는 쓸쓸함은

 

재와 함께 날려

천지사방에 뿌려

 

더러는 별이 되어 하늘로

더러는 이슬이 되어

풀잎에 맺힐터니

 

사라져도 사라진 것이 아니오

 

정녕 그립거든

잔디밭에 떨어진 이슬에

뜨거운 입술을 바쳐

 

한송이 초불꽃을

피워 올리소서

 

 

겨울꽃

 

너에게 가고 싶었다

다 가는 계절에

한송이 차가운 겨울꽃으로라도

 

너의 창가에 매달려

그동안 품었던

너에 대한 생각들을

마알갛게 수놓아서

 

너의 따뜻한 입술에

닿는 눈물이 되어

너의 얼굴에서 흘러버릴지라도

 

기억의 뒷전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앙상한 그리움으로

 

그려 꽃잎을

창문을 지나 너의 가슴에

희디흰 백합으로 피어나려고

 

밤새 울음을 토하던

창호지의 통곡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연하게 피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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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선 프로필

흑룡강성 해림시 출생. 1997년 <상사꽃 (외2수)>를 발표하면서 등단.

2002년 북방시단시가연구회에서 시 <아름다운 아침>이 우수상 수상. 2021년 시 <바람 속 시인의 노래>가 제2회타고르문학상 우수상 수상.

현재까지 수십편의 시와 수필을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