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구석을 보듬는 뜨거운 마음
사람의 인식에 흔히 맹점이란게 있다. 우리가 알기에 문둥병은 이 세상에서 소멸된지 옛날이지만 실지로 이 병은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17년간 고집스레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을 찾아다니며 봉사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한국인 김진토씨이다.
1934년 한국 전라남도 보성군에서 태어난 김진토씨는 한국에서 농아, 맹인 등 지체자들을 돕는 자선단체에서 일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문둥병 환자를 만나게 되었다. 온몸이 문드러진채 가정에서 쫒겨나 길거리에 버려진 노숙자,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스쳐지나면서도 누구 하나 돌아보지 않았다. 그 불쌍한 환자를 도우면서 비로소 한국 남단에 문둥이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그 섬을 찾아가 2000여 명 환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사회에 외면되고 버려진 그들의 삶을 요해하게 되었다. 그때로부터 김진토씨는 문둥환자들과 더불어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하게 되었다.
2006년 2월, 김진토씨는 중국에도 문둥환자가 적지 않다는 소문을 듣고 무조건 연변으로 찾아왔다. 용정의 한 마을에 집 두채를 장만하고 환자들을 거두다가 마을 사람들의 항의로 쫒겨다니기도 했으나 모처럼 그의 정신에 감동되어 봉사활동을 함께 하려는 김송승 등 나젊은 조선족청년들을 만나게 되었다. 봉사자란 개념이 그때서야 알려진 거 같다며 김진토씨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2007년 4월 김진토씨를 비롯한 자원봉사단 일원 5명은 일본인이 운영하는 모 자선기구를 통해 운남성으로 향발, 근 한달간 운남성 문둥이촌 4곳을 방문하며 일손의 부족과 경제적 여건으로 인한 환자들의 열악한 생활환경을 확인했다. 그해 5월 이들은 문둥환자가 1만 3천명이 된다는 산동성을 봉사지역으로 점찍고 등주시의 문둥촌(마풍병예방치료원)에 입주했다. 당시 그곳에는 40여 명 환자가 있었는데 방 청결이 잘 되지 않았는데다 욕창으로 냄새가 진동했다. 이들은 우선 방 청소부터 서둘렀고 이어서 환자들을 목욕시키고 옷과 이불을 깨끗이 빨아주었다. 그리고 밥을 지어 손수 먹여주기도 했다. 가족처럼 환자들과 같은 방을 쓰면서 매일과 같이 정성을 다해 환자들을 섬기는 그들의 행동에 감동된 당지의 왕광란이란 여인은 딸과 사위까지 동원하여 봉사활동에 동참하였다. 등주에 자리잡은 근 2년사이 이들 봉사단은 한국인, 조선족, 한족 등 10여 명으로 늘어났으며 완치된 환자도 여러명이나 된다. 따라서 이들의 선행은 언론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져 지난해 5월에는 이연걸기금회의 요청으로 사천 면양에 가서 구제물자를 배달하는 봉사도 하였으며 이들의 발자국은 요녕성, 섬서성 등지에도 찍혔다.
"돕는 손들"이라는 이색적인 명함장을 건네주는 김진토씨는 자신은 고래희의 나이라 몸 움직이기도 어려워 귀국해야 할 것 같다면서 봉사대오는 계속 등주에 머무를 것이며 문둥병이 존재하는 한 봉사활동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규 특약기자
사진설명: 김진토씨(좌)와 그의 조선족봉사단원
날짜 : 2009년 0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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