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청도조선족민속축제 추적보도(2)
날짜 : 2007년 07월 22일 (23시 22분)
재청도조선족사회, 미래는 아름답다
50여명 소학생 '바닷가 쓰레기줏기' 공익행사 주인공으로
지난 7월15일 오후 3시30분, 청도 석노인해수욕장에는 '그린올림픽, 청도조선족자원자'라는 글이 새겨진 통일복장차림의 대오가 빗속을 누비며 나타났다. 구질구질 내리는 장맛비에 흠뻑 젖은 몸을 서로 지탱한 채 바람을 맞받아 전진하는 이 대오에는 어린이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불만이나 짜증 따위의 소리가 이 장소에서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다만 소리 없이 조직자들의 배치에 응하고 열심히 지지해 나서는 깨끗한 심령들의 움직임이 보일 뿐이다.
이번 '바닷가 쓰레기줏기' 공익행사의 주인공은 두말없이 청도벽산조선족학교 학생이다. 이날 벽산조선족학교에서는 학생 54명에 교원 16명이 동참해 주축을 이루었다. 이외 청도조선족대학생엽합회에서도 10명좌우의 대학생들이 동참했다. 공익행사 대오는 석노인해수욕장에서 간단한 선서의식과 사인식을 가지고 곧바로 쓰레기 줏기에 뛰어들었다.
어린이들은 둘씩 한팀이 되어 한사람은 쓰레기를 줏고 다른 한사람은 주머니를 채우면서 천천히 바닷가를 빗질한다. 둘이서 우산을 하나 쓰고 있는 여린 몸매들은 사정없는 소나기와 빗바람에 얼룩이 졌지만 천진한 얼굴들에는 즐거움이 피어났다. 어떤 여자애들은 우산이 없어 선생님의 큰 옷을 팔 하나씩 껴 넣고 쌍둥이처럼 함께 움직이기도 했다.
그들의 소행에 감동을 받아서 인지 텐트를 치고 담소를 하던 관광객 한사람이 밖에 내버렸던 쓰레기주머니를 스스로 걷어 들이며 거북한 미소를 띠우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파도에 밀려 바닷가에 널려진 해초들이며 관광객들이 함부로 버린 담배꽁초들이 어린이들의 손끝에서 말끔히 사라졌다.
공익행사 대오는 빗속에서 1시간가량 쓰레기 청결 작업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마음도 깨끗하게 세척했다. 행사 마무리를 지으면서 기념 촬영을 남길 때 기자는 진한 감동을 받았다. 행사 동참인 모두가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띄우는 것이다. 그 웃음은 아무런 잡념도 없는 오직 좋을 일을 한데 대한 긍지가 담겨진 순수한 마음의 반영이었다.
전반 행사를 돌이켜 보면 가슴 뿌듯한 사연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학교 지도층과 학부모층의 지지가 아니었다면 이번 행사는 지연되지 않으면 아예 추진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행사 당일인 7월15일 아침 8시, 기자는 행사기획팀에서 걸어 온 전화를 받았다. "비가 내리고 있으니 오전 9시30분에 개최하기로 했던 행사를 학교측과 상의해 뒤로 미루자"는 건의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벽산조선족학교 김철준 교장한테 전화를 걸었다. 뜻밖에 김 교장은 "학부모들이 약속대로 학생들을 학교에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사 추진 시간은 상황을 봐가면서 지연할 수 있으나 일자는 변경하지 말자"고 부탁했다.
소식을 접하자 바람으로 기획팀 일행은 감사의 마음을 안고 학교로 향했다. 이미 담임교원들이 반급끼리 학생들을 모여 놓고 행사준비를 다그치고 있었다. 김 교장 사무실에서 기획팀은 "비가 오는데 집에서 애지중지 키워 온 애들을 행사에 내보낼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일단 날씨 변화를 기다려 봅시다. 정 힘들면 오후 2시로 시간을 지연하든지요." 김 교장의 말이다.
그러나 오후 2시에도 비는 멎지 않았다. 기획팀은 또 한번 수심에 잠겼다. 이때 최연옥 이사장과 김철준 교장이 "일단 일정을 잡은 이상 행사를 변경할 수 없습니다. 우리 애들이 능히 떠밀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차를 타고 행사장으로 떠납시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학부모들의 반발이 있을까 우려됩니다." 기획팀 모두가 이를 걱정하고 있었다. "학부모들도 자기의 아이를 강하게 키우고 싶을 겁니다. 저의 학부모들이 소질을 믿으세요." 이렇게 김 교장은 기획팀 일행의 모든 걱정을 풀어주었다.
차를 몰고 행사장으로 가는 도중 기획팀은 사전에 교섭했던 기타 참가자들과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비가 오는데 행사를 뒤로 미루는 게 좋을 상 싶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사전에 120명으로 기획했던 이번 행사는 이렇게 80명으로 많이 줄어들었다. 행사에 동참하기로 했던 어른들의 대답에 마음이 싸늘하긴 했으나 결국 벽산 사생들의 거동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신심 가득히 행사를 추진할 수가 있었다. 후에 접한 소식이자만 이날 행사에 참가한 50여명 학생들의 부모들이 단 한명도 학교측에 불만전화를 걸어 온 사람이 없다고 한다.
재청도조선족사회의 위상을 향상하기 위해 청도조선족기업협회에서 발기한 '바닷가 쓰레기 줏기 공익행사' 는 이렇게 감동과 유감이 엇갈린 속에서 무난히 진행됐다. 한편 이번 행사는 또 10월 중순에 열리게 되는 '제2회 청도조선족민속축제' 의 계열행사로, 기업협회 정경택 회장이 티 120벌을 무상 기증했다.
/이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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