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깊은 곳엔 파란 꽃이 
원 대련시조선족중학교 교장 계영자씨에 대한 이야기

 

둥글 넙죽한 얼굴에 남자처럼 걸걸한 목소리, 계영자씨는 일견에도 사업형 스타일이 다분한 분이었다. 업무차 스쳐지나는 그녀를 행운으로 잠간 만났다. 성격만 시원시원한 줄 알았더니 기억력도 비상했고 특히 민족교육과 민족문화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진하게 풍겨와 깊은 인상을 남겼다.

1954년 길림성 휘남현에서 출생한 계영자씨는 대학입시제도가 회복된 이듬해에 연변대학 조문학부에 입학했다. 졸업과 더불어 대련시 제83중학교에 배치받았던 계영자씨는 사업의 수요로 1984년에 대련시조선족학교로 전근했다. 와서 보니 전교 학생이 고작 43명, 그녀가 가르치던 한 학급의 학생수보다도 적었다. 그러나 맥을 버리기에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았다. 중국 5대 무역도시이자 첫 금융개방도시인 500만 인구의 대련시에 위치한 유일한 소수민족학교였다. 1946년에 설립되어서 근 40년 동안 끈끈히 그 명맥을 이어온 역사 유구한 민족학교이기도 했다. 그것이 자신들의 손에서 무너진다는 것은 너무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때로부터 계영자씨는 밤낮이 따로 없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민족교육사업에 바쳤다. 특히 제8임 교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주변의 아는 사람은 물론 한족학교에 다니는 조선족 학생들도 찾아내어 그 부모를 만나 끈질기게 설복, 그녀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 학생수는 100명, 200명…500명으로 기하급수로 늘어나게 되었다.

한편 민족교육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관련 부처를 제집처럼 찾아다니며 호소하여 1998년에는 중학부가, 2001년에는 고중부가 증설되면서 교내에 유치원, 초등부, 중학부, 고등부가 함께 설치된 학교로 되었다. 2005년 7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식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처음으로 진행되었다면서 아마 전국적으로 이런 예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계영자씨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학교 역사에서 처음으로 맞이한 2004년 대학입시에서 17명 학생 모두가 대학에 진학하는 성적을 거두면서 계영자씨에 대한 고험은 도마에서 벗어났으며 현재까지 계속 100%의 진학율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계영자씨의 사업열정과 능력이 인정받아 대련시교육국에서는 여러번 그녀를 교육국으로 전근시키려고 하였으나 초심을 묻어둔 학교를 떠날 수 없어 번마다 거절했다는 계영자씨는 대련시우수교육자 칭호는 물론 요녕성 나아가서 전국 민족단결진보모범개인의 칭호도 여러 차례 수상했으며 연속 4기 대련시 정협위원, 연속 2기 대련시부련회 집행위원으로 선출, 아울러 대련시 성해공원에 세워진 대련도시건설 100주년 기념 조각상에 조선족으로서 유일하게 그녀의 발자국을 찍었다.

현재 퇴직하고 대련조선예술박물관 관장으로 초빙받은 계영자씨는 지난해 중한 두가지 언어로 된 교육수필집 "추억이 깊은 곳엔 파란 꽃이"를 출간, 그간 교육사업을 하면서 겪은 일과 느낀 감수를 기록하였다. 어쩌면 그녀 자신이 걸어온 인생에 바쳐진 "파란 꽃"이 아닐까 싶다./장학규


 09.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