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1년 05월 20일 
 
(정양) 진사사

 

청도정양학교에 몸을 담군지도 벌써 5년이 되어 간다.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참 감명깊은 일들이 많다. 그중 한가지 사연은 지금까지도 나를 깊이 감동시키고 있다.

현재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은 내가 1학년때부터 함께 어울려 온 아이들이다. 그래서인지 그 아이들이 나한테는 늘 "개구쟁이, 철부지"로만 보인다. 그들에 대한 나의 사랑은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이젠 별 차이가 없는듯 싶다.

 

그러던 어느 한번의 반급회의에서 나는 아이들의 속마음을 더 깊이 이해해야 되겠구나 하는 감명을 깊게 받았다.

 

그날도 의례적인 반급회의 시간이다. 한가지 화제를 내놓고 학생들과 토론을 가지고 깨우쳐 주는 평범한 교류의 시간, 이날 화제는 "감사의 마음"이었다. 부모에게 감사드리고 친구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선생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등... 학생들은 다투어 자기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예로 들면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토론은 내가 상상한대로 무르익어 마감에 이르렀다. 나는 오늘 토론이 이만큼 되면 좋은 결과를 가졌으리라 믿으면서 결속을 선포하려고 했다.

 

이때 평소에 무척이나 내성적이어서 발언을 거의 하지 않는 미화(가명)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나는 얼른 미화에게 말해보라고 머리를 끄덕여주었다. "나는 선생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이렇게 말하는 미화의 눈에는 벌써 눈물이 맺혀 있었다. 모두가 조용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미화는 나를 물끄럼히 쳐다보면서 아랫말을 잇지 못했다. 그와 눈길이 마주치면서 나도 말 못할 감정이 북바쳐 오름을 느꼈다. "미화야 차근차근 말해봐." 나는 그를 위안하면서 계속하라고 말했다.

 

한참 지나서야 미화는 "친구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어요. 친구들은 주말이 오기를 고대 기다리고 있으나 나는 주말이 싫어요." 장내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미화가 왜 저러지?", "미화가 오늘 따라 좀 수상해." 이러저러한 의문이 오가고 있을 때 미화가 말을 계속했다.

 

"지난번 주말도 학교에 남아 선생님과 보냈어요. 선생님이 끓여준 라면을 먹으면서 사랑을 느꼈어요. 선생님은 라면에 계란 두개를 넣어주었죠."

 

그제야 나는 영문을 알게 되었다. 3살 때 엄마를 잃고 현재는 아빠마저 외국에서 나가 돈을 벌고 있어 어린 나이에 친척집에서 눈칫밥을 먹고 있는 미화, 그래서 가끔은 학교에 남겨 나하고 주말을 보내는 미화에게 보잘 것 없는 한그릇 라면에 계란 두개를 넣고 끓여준 것이 그에게는 큰 사랑으로 전달될 줄을 나는 생각지 못했다.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을 오늘까지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어서 부끄러웠다.

 

나는 마음이 쓰려졌다. 어려서 부모사랑을 저 멀리 떠나보낸 미화의 어린 심령에 상처를 남겨주고 있는 현실이 얄미웠다.

 

나는 감동을 받았다. 작은 일에서도 타인의 사랑을 느끼고 그걸 간직하는 미화의 소행이 고맙기만 했다.

 

나는 위안을 느꼈다. 불공평한 세상에서 살면서도 감사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미화가 바르게 자라고 있어 기뻤다.

 

나는 조용히 미화를 껴안으며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순간 나의 눈에도 이슬이 맺혔다. 학생들의 박수가 우렁차게 울렸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사랑은 사실 크고 작은 것이 없다"는 점도 깨우쳤고 교사로서의 일거일동이 학생들에게 너무나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깊게 인식했다. 그리고 교육도 역시 사랑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진리도 피부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