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압록강문학상 금상 수상작(2016.9.20 심양)

 

장가계산과 아버지


한춘옥


 


기둥이 산을 이루고 아슬한 절벽에 나무가 푸르싱싱하다. 산들이 수없이 이어 져 태초의 신비로움과의 아름다운 만남이다. 운무에 휘감긴 바위무리의 산이 완전 한 무릉도원이다.

산은 신이고 아름다움은 신으로부터 나오는 빛이며 빛은 신의 존재에 대한 증거이다. 장가계에서 현대문명의 사다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정상에 올랐다. 동화세계에 들어선듯, 환상세계에 들어선듯 그렇게 황홀한 경지였다. 신이 내린 절경을 감상하니 아버지 목마 타고 세상을 가진것처럼 손벽치던 순진한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그윽한 흙냄새 풍기며 괭이로 땅을 뚜지고 식구를 먹여살리던 아버지의 어깨가 절벽으로 굳어졌다.

많은 세상살이에 아버지는 가족의 믿음이였고 희망이였다.  오나 눈이 오나 골짜기에 너무 많은 땀을 쏟았다.  땀이 물이 되여 바위를 뚫고 하염없이 흐른다. 고난을 인내하시느라 허리에 동굴을 뚫고 골수로 석회암을 만들었다. 산의 빌딩이 운집되여 있는 이곳에 아버지의 무쇠같은 팔뚝으로 집채같은 바위를 번쩍 들어 만큼 던진것이다. 시루떡 같이 차곡차곡 바위들을 얹어 놓고 석창과 석검을 세워 놓았다.

아버지 투박한 손이 갈라 터지고 생명수를 뿜어내니 짙은 록음이 숲의 터널을 이룬다. 우리에게 시원한 공기와 그늘을 주면서 자연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한다.

아버지의 깊은 마음 같은 용암동굴에서 각종 보물을 만들어 낸다. 백년이란 시간으로 손톱눈 만큼의 희귀석을 창조해낸다. 침묵으로 방울방울의 물의 세례를 받으며 살아 숨쉬는 석회암을 세운다.

돌바위에 뿌리를 내린 식물들이 사시장철 새들을 불러와 색갈이 있는 음악회 연다.  옆구리를 뚫고 터져나오는 폭포는 아버지의 호령같은 울림으로 골짜 기에 물의 흐름을 인도한다. 바위를 만나 부서지는 하얀 포말은 물보라를 날리며 룡처럼 내리쏟는 물과 우뢰같은 소리는 아버지의 웅장하고 아찔하고 멋있는 으흠 하는 엄포이기도 하다

깊은 계곡을 흐르는 물은 산을 에돌며 빛을 낸다. 모래알 돌돌 굴리며 수정같 순정을 보이며 흐르다가 우유빛으로 변신을 한다. 하얀 포말꽃으로 달리던 순간 록색즙을 먹고 산과의 호흡을 맞추는가 싶더니 다시 노란색으로 흘러가는 모습이 아버지만의 색과 빛이다.

아버지의 피부는 가장 평온하고 평화로운 록색 숲이다. 우리에게 가장 순수한 형태를 보여주며 세상에 살면서 찌든 때를 벗겨내고 새롭게 만드는 기를 준다.  천문산과 같은 순수함에 심취해 사람들은 그런 순수성을 닮아가는 것이 아닐 ?

서로 마음을 열고 자연과의 교감을 나누는 산속의 짙은 숲속은 아버지의 가슴처럼 편안하다. 숲의 바람은 좁은 소견을 떨쳐버리라는 소리이다.

기이한 형상의 봉우리들과 맑은 계곡이 눈앞에 생생하게 떨쳐지는 장가계 천문산 정상에서 아버지의 체취를 마음껏 느끼며 감동한다.

깎아지른듯한 바위나 쭈볏쭈볏하게 생긴 송곳 같은 산은 아버지의 같은 성격이다. 엄하고 호되게 가족의 마음을 록색으로 물들인다.

큼직큼직한 형태의 안개는 산에 깊게 걸쳐 있어서 꼭대기로 올라가는 길이 산과 안개속으로 안기는 기분이다. 거대한 봉우리와 깊고 진한 안개속에서 내려다 보면 모습이 절정에 오른다. 빠르게 이동하는 안개는 아버지의 손길처럼 머리 쓰다듬어 주고 몽롱한 꿈을 심어준다.

밖에 산이 있고 물은 산을 에돌아 흐른다. 산은 기가 있고 령혼이 있다. 글자가 없는 사전이고 지혜의 금고이다. 우리는 창조주 아버지, 령혼의 아버지산을 사랑한다.

산은 우리에게 자연과 더불어 살라하고 베풀라하며 평화롭게 살라고 한다. 우리 마음을 산의 색갈로 물들이고 산의 소리를 들으며 산의 높이로 보고 산의 가슴으로 세상을 담으라 한다.

산은 하늘을 이고 물을 안개로 만들어 하늘과 소통을 한다. 또한 해빛을 받아 산소를 방출시키며 모든 동식물 생명체를 이어준다.

아버지 기가 흘러 넘치는 장가계 산에서 음이온을 실컷 들이키며 가슴에 아버 그림을 새롭게 그려본다. 아버지 령혼은 산처럼 영원하고 거룩한 모습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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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춘옥 프로필

필명 한설

2009년 수필로 문단 데뷔

기원컵 압록강 문학상 금상, 송화강 수기3등상, 연변방송국 생활수기 대상 수차 수상.

청도작가협회 회원, 연변작가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