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09년 07월 24일  
 
세계경제를 강타한 금융위기로 연해지역에 진출한 조선족기업체들이 적지 않은 어려윰을 겪고 있다. 특히 한국 및 한국업체를 상대로 거래하던 조선족기업들이 받은 영향이 가장 크다. 그나마 청도조선족기업들 사이에 적지 않은 업체들이 일본 및 일본업체를 상대로 거래를 해오면서 금융위기의 어려움을 상대적으로 쉽게 이겨나가고 있다.

 

청도 교주시에 위치한 청도뿌라이스방직회사는 2002년도에 2000만원을 투자하여 설립한 조선족기업이다. 박성진 사장의 소개에 따르면 회사는 설립초기에 한국오더가 적지 않았었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한국업체들의 경기상황이 악화되면서 주문량이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특히 한화의 환율급등으로 한국으로의 제품수출이 적자상황에 직면했다. 회사에서는 이에 미리 대비하여 사전 몇 년간 꾸준히 일본업체들과의 인적, 물적 교류에 공력을 들여왔다. 특히 금융위기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 오더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청도뿌라이스방직회사는 현재 90%의 오더를 일본회사들로부터 받고 있다. 근 3년간 회사의 수출액은 년 4000만원에 달한다고 박성진 사장은 소개했다. 박성진 사장은 일본오더에 대해 현재는 전혀 걱정이 없다면서 현재의 생산규모를 100%로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청도 교남시에 위치한 청도창미달기전유한회사(사장 김창호)도 2004년도에 창업하여서부터 일본으로의 오더를 위주로 하였기에 이번 금융위기에 그나마 잘 버텨낼 수 있었다. 회사는 2008년도 매출액이 2800만 달러에 달했던 굴지의 기업이었다. 일본에 게임기 리모콘을 주로 수출하는 플라스틱 사출형 회사는 금융위기 초 생산량이 50%로 급감하였으나 현재 일본으로의 지속적인 오더에 힘입어 동시기의 70-80% 수준으로 근접하고 있다.

청도 청양구에 투자한 경성금형유한회사도 개업초기부터 최고의 품질로 금형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삼미전기 등 7개 일본 및 일본 내 중국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경성금형유한회사는 청도지역 400여개 금형 제조업체 중 매출액 1위를 확보하고 있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2000만원에 달한다. 금년에는 금융위기로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매출액을 1500만원으로 잡고 있다. 일본업체와의 신용에 대해 양경일 사장은 <<품질제일, 고객 만족, 지속개선, 교육중시, 자아도전>>의 경영이념을 강조한다. 일본과 대만의 원자재를 사용하고 정밀도를 1미크론 이내로 통제하여 품질이 일본에서 만든 금형과 나란히 어깨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에서도 2-3개 회사밖에 만들지 못하는 고밀도의 금형을 경성금형회사에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청도성원복장(사장 정경택), 청도지홍복장(사장 백희란) 등 회사들도 한국업체를 위주로 오더를 수주 하던 데로 부터 점차 일본업체들과의 영업비중을 늘려 일본의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청도대업식품의 염용식 사장도 일본에서 20년 생활한 노하우을 바탕으로 청도현지공장을 차려 일본으로의 식품을 수출하는 등 금융위기 속에서의 남다른 활약을 보이고 있다.

대일본과의 협력에서 이와 같이 조선족기업들이 활약하는 것은 엔화의 강세, 일본바이어들의 꾸준한 협력정신 등 객관적 원인도 중요하지만 주로는 조선족 기업인들이 자체의 우세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평이다.

일본업체들이 직접 중국의 한족기업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자면 언어, 습관 등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기에 연결되기가 쉽지가 않다. 조선족 기업인들을 보면 학교 때 부터 일본어를 배워왔기 때문에 일본인들과 유창한 일본어로 쉽게 교류할 수 있고 또 어느 정도의 비슷한 생활습성도 서로가 가까워질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 틈새시장에 조선족기업들이 뛰어든 것이다. 경성금형회사의 양경일 사장은 일본회사 취직 기간 납품 받은 당지 업체의 금형 품질이 좋지 않아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을 감안, 잠재력 있는 금형 틈새시장을 포착한 것이다.

이외에 조선족기업인들의 성실, 근면, 신용을 들 수 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인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다 보면 어수선한 준비로는 전혀 통할 수가 없다. 김창호사장은 창업초기 일본바이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3박4일을 현장에서 공인들과 함께 지내면서 기계조립을 완성하여 일본인들보다도 더 철저한 끈질김과 신용을 보여주었다. 기계 6대로부터 출발한 청도창미달기전회사는 빠른 시일내에 선반기계 130여대 고장자산이 1억에 가까운 회사로 성장할 수가 있었다.

 

기업경영에서 특히 수출형 업체들이 한 개의 바이어 혹은 한 품목에 지나치게 의뢰하면 좋은 점이 많은 반면 상당한 리스크(위험)을 안게 된다. 지금까지 대부분 한국 및 한국업체에 의존해있던 조선족업체들이 이번 위기를 기회로 일본 및 미국, 유럽 등지의 바이어들에 눈길을 한번 돌려보는 것도 유익한 선택이 아닐 가 싶다.

 

(사진설명: 청도 교주시에 투자한 청도지홍복장의 백희란 사장(왼쪽 두번째)이 청도조선족기업협회 방문객들에게 일본으로 수출할 제품을 소개해주고 있다.)

                                               /박영만 기자

                                           Piao3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