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1년 04월 22일 
 
김영려

 

 

어느덧 교원이란 이름으로 살아온지 5년이 되었다. 아직도 가족들과 친구들은 내가 그냥 "선생님"이라는 직업의 일을 하고 있다는건 알지만 "선생님"이란 이름에 맞는 일을 어떻게 하는지 믿을 수가 없다고 한다. 다들 내가 성격이 내성적인데다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이 별로 없고 시시콜콜 따지는것을 싫어하며 비교적 무뚝뚝한 편이라고 한다. 이런 내가 그 "선생님"을 하며 애들한테 공부도 가르치고 또 애들을 돌본다는 자체가 상상이 안간다고들 말한다.

그렇다! 난 아직도 내성적이고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이 별로 없고 시시콜콜 따지는 것을 싫어하는 무뚝뚝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나의 이런 성격이 나의 학생들만 만나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였다. 가끔은 하루일과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생각해보면 내가 혹시 "이중인격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지난 학기 2학년 조선어문 제7과 "우리 어머니"를 학습할 때였다. 문장속에 "우리 어머닌 잔소리박사랍니다." 란 말에 대해 학습하고 나중에 "우리 주변에는 또 누가 잔소리를 많이 하나요?"라고 물어보았다. 학생들은 분분히 손을 들고 "할머니요", "할아버지요", "고모요"… 등등의 대답이 나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선생님요"라고 웨쳤다. 그러자 학생들이 덩달아 "맞아, 선생님, 선생님요."라고 하는 거였다. 이 물음을 물어본 의도는 사실 주변에 또 누가 자신을 관심하는 줄 아는가를 밝혀주고 싶은 것이였는데 학생들이 "선생님이 잔소리를 많이 해요."라고 하는 순간, 나는 내가 질문한 의도를 잊고 갑자기 울컥해나면서 누가 먼저 "선생님"이라고 했는지 그 "목표물"을 찾게 되었다.

맨 앞줄에 앉은 세빈이었다. 나는 내가 얼마나 유치한 것도 모른채  "선생님이 무슨 잔소리를 많이 한다는 거예요?"라고 세빈이한테 따지고들 듯이 물었다. 그러자 세빈이가 멈칫멈칫하다가 일어서더니 "아침에 학교에 오면 선생님은 '숙제 먼저 바치고 책가방 빨리 정리하고 자습하세요'라고 하고 휴식시간에는 '위험하게 놀지 말고 우리말 많이 하세요'라고 매일마다 잔소리 하시잖아요."라고 조금은 낮은 목소리로 비평이라도 받을가봐 두려운 듯이 말했다. 생각해보니 세빈이가 한 말은 확실히 내가 매일 했던 것 같았다. 다른 학생들도 세빈이의 말을 듣더니 "선생님 또 있어요."라며 손을 들었다. (그래, 내가 또 어떤 잔소리 했는지 들어보자!)라고 생각하며 학생들의 대답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가장 손을 높게 든 혜영이를 지명했다. 그러자 혜영이가 챙챙한 목소리로 "선생님은 체조시간만 되면 줄을 똑바로 서서 운동장으로 내려가고 내려갈 때는 절대로 달려서는 안된다고 하시잖아요."라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오늘도, 어제도, 그제도 확실히 이 말을 했다. "선생님은 매일 밥먹기전에 손을 꼭 씻으라고 하시잖아요", "또 매일 인사성이 밝은 학생이 되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매일 통학차에서 규률을 잘 지키라고 하셨잖아요"… 여기저기서 학생들의 대답이 쏟아져나왔다.

마치 잃어버린 기억들이 되살아나 듯이 내가 학생들에게 했던 말들이 다시 귀전에서 울렸다. 아침에 학생들이 반급에 들어서면서부터 학생들이 집에 갈 때까지, 학생들을 볼 때마다 내가 한 "잔소리"들이 생각나면서 내가 참 말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갑자기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그럼 선생님은 왜서 이런 잔소리들을 할까요?"라고 물었다. 경화 학생이 "우리가 인사성이 밝은 학생이 되라고 잔소리 합니다."라고 해서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성 학생이 제꺽 "우리가 규률이 있는 학생이 되라고 잔소리 합니다."라고 이어 말했다. "우리가 어디에 다칠가봐 잔소리 합니다 ?, "우리가 위생을 잘 지키는 학생이 되라고 잔소리 합니다."… 또 여기저기서 다투어서 말했다. 나는 학생들을 둘러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나의 매일 끊기지 않는 "잔소리"가 학생들을 하루하루 변화시키고 있다고 느꼈다. 따라서 학생들을 보면서 하루하루 변해가는 내 모습도 보였다.

나의 학생들만 보면 그 말수 적던 내가 "잔소리 박사"로 변하여 쉴새없이 잔소리를 하게 되고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이 없던 내가 "걱정군"으로 변하여 하루종일 어느 학생이 어디 아픈지 심리상에 무슨 문제가 없는지 살피게 되었다. 또 따지기를 싫어하던 내가 학생들만 보면 "판사"로 변해서 학생들사이에 있은 "사건"들을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 원만한 결과를 가져와야 만족하게 되고 무뚝뚝하던 내가 매일 강의할 때는 "요술쟁이"로 변하여 춤추고 노래하며 선물도 만들어 내여 갖은 방법으로 학생들의 주의력을 집중시키려고 한다. "밖"에서의 나와 "안"에서의 나는 이렇듯 다른 "이중인격자"다. 하지만 나는 하루하루 보람을 느끼고 학생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낀다.

오늘도 친구가 "너의 성격에 선생님한다는 게 아직도 상상이 안간다."라고 말한다 . 나는 그냥 웃는다 . 그는 내가 "이중인격자"라는걸 모른다. 학생들만 보면 성격이 변하는 난, 행복을 느끼는 "이중인격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