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선 주방장의 청양사랑이야기         

칭다오 횟집과 복어요리의 원조-삼정

 

 

 

한국인 전상선 사장의 아침은 칭다오에서 가장 큰 도매시장인 청양도매시장 수산물시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침 7시에 집을 나서 오토바이를 타고 10여분 가면 도착하는 곳이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에서 여기저기서 전 사장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온다. 말짱 한족상인들이다. 

그는 눈으로 점 찍어둔 생선인 대구 아가미를 손으로 친히 벌려본다. 싱싱한 것이다. 대구 외에도 홍어, 소라, 전복, 해삼, 오징어, 바지락, 새우, 산낚지, 가리비 모든 재료들을 손으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구매한다.  

익숙한 수산시장 구석구석에서 남들보다 싼 가격으로 해물을 사들고 또다시 채소매대로 향한다.

복지리에 쓸 콩나물, 그리고 밑반찬에 올라갈 미나리, 깻잎, 호박, 버섯, 잔파, 양파, 양상추, 무우, 상추... 

어느새 비닐주머니가 묵직할 즈음이면 가게로 발길을 돌린다. 

 

청양구 홀리데이인호텔 북쪽 남탄촌(南疃村) 장성로(长城路)에 자리잡은 삼정 횟집(복요리집)이다. 

 

이러한 일과를 전상선 사장(57세)은 15년동안 매일 되풀이해왔다. 싱싱한 재료구매가 횟집의 맛을 좌우지한다고 여기는 아집에서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전인 1997년도 전상선씨는 한국 부산 해운대 오션타워 내에 자리잡고 있던 고려정 본점에서 칭다오 이촌의 고려정 분점 주방장으로 발령이 나 처음으로 중국땅을 밟았다. 

이촌 수원로(书院路) 교통은행 맞은켠에 위치한 고려정식당에서 그는 함께 발령나온 변상갑 지배인과 더불어 칭다오 생활을 시작했다. 여유시간에는 당시 한국축구동호인들로 구성된 월드컵팀의 멤버로 활약했다. 고등학교시절 그는 씩씩한 축구선수였으나 주방일이 더 마음에 들어 입문해서 현재까지 38년을 주방장으로 살고 있다. 축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지금도 천황드림스팀의 감독을 맡고 있다. 

 

이촌 고려정에서 주방장 3년, 총경리 2년을 지내다보니 어느 정도 신심이 생겨 2002년도에 바로 지금의 삼정횟집 및 복요리점을 차렸다. 그사이 모은 3만 위안과 친구들이 꿔준 돈 3만 위안을 합해 달랑 6만 위안으로 홀로서기에 도전한 것이다. 

 

그것이 대박이었다. 당시 청양구에는 횟집이 없다보니 고객들이 줄을 지어 밀려들었다.  15일만에 빌린 돈을 다 갚아주었다. 당시 하루에 1만 위안을 팔 정도로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그만큼 그의 음식솜씨에 대한 긍정이기도 하였다. 그렇게 3, 4년을 월 매출 36만 위안을 넘을 정도로 호황기를 거쳤다. 

 

한때는 중국에서 유명한 만한전식(满汉全席) 중화미식대형 TV프로그램에 유일한 한국주방장대표로 출전하여 쌜러드(寿司)와 복(河豚)요리로 최고의 맛상(最佳口味奖)을 수상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하였다. 

 

전상선 주방장의 회 음식에 대한 요구는 가혹하리만치 까다롭다. 첫째 재료가 가장 신선해야 하고 둘째는 주방이 위생적이어야 한다. 일식은 위생이 생명이라고 버릇처럼 강조하고 있다. 또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기 위하여 손님이 주문하는 즉시 생선을 잡아서 탱탱한 맛으로 올려준다. 이외 30여년 주방장의 노하우로 만들어낸 초장, 간장, 쌈장맛이 비결이다. 

전상선 사장은 지금도 한국복어협회의 정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유수의 복요리 자격증 소유 주방장이다.  

 

복요리는 암예방 및 치질, 종기치료에 탁월하여 동의보감에 수록된 식품이다. 간장해독작용이 뛰어나 과음후 숙취제거에 특효, 성인병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세계 5대 최고식품으로 혈액을 맑게 하고 비만예방 및 여성피부 미용에도 좋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칭다오에서 홀몸으로 살던 전상선씨는 2006년도에 지인의 소개로 중국 영안현 출신의 조선족 이경애씨를 아내로 맞았다. 당시 한국에서 음식점 일을 하던 이경애씨(50세)는 전상선 사장을 만나본 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매일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조선족 아내를 맞아들이니 생활이 한결 윤택해졌다. 부지런하고 깔끔한 아내가 중국어를 필요로 하는 각종 바깥일들을 맡아주어 부담도 덜어주었다. 전에 아침마다 복어국에 쓸 콩나물 머리를 따던 일도 이젠 부인과 함께 일을 하니 전에 느껴보지 못한 일재미에 새로운 동력이 부여되었다. 

 

그사이에 모은 돈으로 내외는 청양구에 100여 제곱미터짜리 아파트도 구입해 살고 있다. 전상선 사장의 말대로 이제는 주방일에 사랑에 푹 빠져 청양에 뼈를 묻을 생각이란다. 

청양에 가게를 꾸리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한국의 철학관을 찾으니 삼정(三井)이라는 가게 이름이 자기 이름에 딱 어울린다고 했다. 이름자에 워낙 물이 부족한데 우물을 세개 가져다놓으니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라고 한다. 그래서 한평생을 주방장으로 살아 가리라고 결심했단다. 

 

칭다오에 진출한지 20년, 혼자서 삼정가게를 운영한지 15년, 전상선씨는 지금까지도 매번 고객들이 와서 식사를 하고 돌아갈 때 정말 맛있게 먹고 간다는 칭찬 그 한마디에 삶의 가치를 느낀다고 한다. 주방일을 배워서 38년동안 한눈을 팔지 않고 외길을 열심히 달려온 그의 음식솜씨에 대한 최고의 평가이기도 하다. 부산에서 칭다오에 진출한 고향사람들을 위해 전상선씨는 3년째 부산향우회 초대회장을 맡고 있다. 오는 12월 16일에 송년의 밤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란다.  

 

전 사장은 회나 복요리에 대한 한국인들과 조선족들의 선호도는 아주 좋은데 반해 한족들의 고객비중은 10%에 불과하다면서 앞으로 기회가 되면 당지 한족들을 상대로 하는 양념돼지갈비 음식점을 경영해보고 싶다고 했다. 

 

전상선 사장의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와 청양에서의 사랑이야기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박영만 기자

 

산둥의 한국인을 말하다(10)

한국언론재단 후원

 

 

사진설명: 찰떡궁합의 전상선 이경애 부부. 본인은 주방에서 안해는 친절한 서빙으로 매일 환한 미소로 손님들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