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옌타이한국학교 교장 김창은
시간이라는 선물을 유용하게
의학기술의 발달로 우리가 사는 지금을 ‘백세시대’라고 합니다. 인류역사에서 최장수한 사람에 대한 기록을 보면, 152세까지 살았던 영국인 토마스 파(Thomas Parr, 1438~1589)로 알려져 있고, 성경역사에서는 므두셀라로 969세를 살았다고 합니다. 육십을 넘기기 쉽지 않은 시대에, 회갑(回甲)은 모든 이웃으로부터 축하 받을 일이었습니다.
지구 역사 46억년, 인류역사 44만년을 감안하면, 육십이든 백이든 사실 우리의 삶은 찰라(刹那)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더구나 우주의 무한시공좌표에서 우리가 한국인으로 태어나 이곳 중국에서 2017년도를 함께 공유한다는 것은 엄청난 인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고 한 모양입니다.
다른 한편, 우리는 매일 86,400초라는 시간을 선물로 받습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받은 선물입니다. 하지만 일반 선물과 달리, 시간은 당장 쓰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잔액은 없습니다. 더 많이 사용할 수도 없고, 지금 쓰지 않고 다음을 위해 남겨두거나 저축할 수도 없습니다. 무조건 사용해야 합니다.
문제는 ‘무엇을 하는데, 그리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입니다. 현재를 즐기는데 쓸 수도 있고, 미를 준비하는데 쓸 수도 있으며, 사용하는 시간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경우도 있고, 반대로 쓰는 시간만큼 대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대체로 쾌락은 전자의 경우이고, 고통은 후자의 경우입니다. 물론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보상까지 받는다거나, 애써 고통을 인내하지만 그래서 즐거울 때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누구에게든, 공평하고 동일한 것은 ‘시간은 흘러가고, 지나간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도 없고, 다시 쓸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남겨둘 수도 없고 미리 당겨 쓸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시간을 지혜롭게 사용한다면 남겨두거나 당겨쓰지는 못해도 미래를 위해 쓸 수는 있습니다. 미래의 유익함을 생각하면 지금의 고통과 인내가 행복할 수도 있습니다.
2017년, 동시대를 나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이 소중한 시간을 지혜롭게 아낌없이 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시간과 만남의 선물을 무엇을 하며 어떻게 쓸까 고민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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