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에 활짝 핀 진달래
“어서 오십시요” “반갑습니다.” 칭다오의 위성도시인 라이시(莱西)시에서 가장 고급호텔이라 일컫는 양우원걸호텔 카운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들이 대문에 들어서는 조선족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때는 12월 15일, 밖에는 엄동설한의 칼바람이 불어치건만 라이시시에서 사상 처음으로 거행하는 송구영신 만회장은 열기가 뜨겁다.
저녁 5시로 행사통지를 했는데 오후 3시부터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오후 4시쯤 되자 현장은 이미 사람들로 법적거리기 시작했다.
동북3성에서 라이시로 모여온 조선족들은 처음에는 한국기업에서 직원으로 일하다가 하나둘씩 자체로 가게를 차리면서 억세게 살아오고 있다. 흑룡강성 방정현에서 공무원으로 있다가 퇴직후 2005년도에 라이시에 진출한 최만길씨는 아파트를 구입하여 부부간이 살고 있다. 그는 여직껏 라이시에 처음으로 조선족의 큰 행사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와 흥겨운 곡에 맞추어 쉬지 않고 춤을 췄다.
근 20년을 라이시에서 살아온 터줏대감 격인 라이시경제개발구 정명철(47세) 부주임의 소개에 따르면 인구조사에서 라이시 호적을 갖고 있는 조선족이 500여명, 실제 3000여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정명철씨는 선후로 라이시 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 위원, 라이시소수민족연합회 회장직을 맡아오면서 라이시정부와 조선족, 한국기업간의 ‘중매군’역할을 톡톡히 하여왔다.
조선족자영업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라이시 조선족사업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고향이 서란시인 김금수 사장(62세)은 2005년도에 라이시에 진출하여 1년간의 고찰을 거쳐 이듬해인 2006년도에 600제곱미터에 달하는 마포갈비 식당을 개업했다. 현재까지 성업중인 마포갈비집은 한국인은 물론 당지인들이 즐겨찾는 대표적인 한식집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김금주 사장은 라이시조선족노인협회를 위하여 꾸준히 후원을 하여오다가 생각이 같은 조선족기업 사장들과 의기투합하여 금년 10월 1일에 라이시조선족번영발전회(가칭)라는 민간조직을 내오기에 이르렀다.
“회장님, 이거 어떻게 합니까? 18상을 준비했는데 사람들이 넘쳐나는데요?” 협회 총무로 일하는 김철호 사장이 황급히 달려왔다. “그럼 빨리 사람수대로 상을 더 차리오” 김금주 회장이 지시했다. 이렇게 한개, 두개 늘리던 상이 어느덧 5상이 늘어났다. 한상에 적게 10명씩 잡아도 23상 차렸으니 230여명이 오늘의 행사에 참가한 것이다.
통일한복 김만춘 사장의 익살스러운 사회로 시작된 첫 순서로 김금주 사장이 나섰다. “존경하는 청도조선족기업협회 김창호 회장을 비롯한 귀빈 여러분, 그리고 라이시 조선족동포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방청석에는 호응이나 하듯 박수갈채소리가 진동했다. 정명철 부주임, 김창호 회장의 축하 발언에 이어 흥겨운 문예절목이 진행되었다. 라이시노인협회 김문혁 회장, 이연옥 명예회장 등이 며칠동안 연습해온 절목들이 연달아 이어졌다. 봄이 왔네, 사랑의 거리, 옹혜야, 나의 조국, 그네뛰는 처녀, 한복과 연출복을 차려입은 출연자들이 하나하나의 절목을 공연할 때마다 박수소리, 웃음소리, 환호소리로 들끓었다.
“단결, 화합, 번영, 발전을 위하여!” 김금주 회장이 22명 회원들을 이끌고 단상에 나와 건배제의를 했다. 이어서 경품추첨과 노래 장끼 표현이 이어졌다.
시간이 으슥히 지났건만 회장분위기는 끝날줄은 몰랐다. 모두가 얼굴에 아쉬워 하는 표정이다.
“우리 번영회는 이름 그대로 라이시조선족동포들의 번영과 발전을 도모하려 설립되었습니다. 조선족 여러분들이 생활중에서나 사업에서나 애로사항이 있으시면 협회를 찾아오십시오.”
협회 책임자의 인사말이 오래오래 귓전에 울려퍼졌다.
박영만 기자
사진설명1, 김금주회장(오른쪽 첫번째)이 회원들과 함께 건배제의를 하고 있다.
2, 래서조선족노인협회의 즐거운 춤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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