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자 심리교실 (18)

소년들의 고독감

 

 

주변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하여 ‘나를 건드리지 마!’라는 글이 씌어져 있는 옷을 입고 교복도 입지 않고 등교하여서 늘 부모와 선생님의 지적을 받아오던 소년이 어느날 갑자기 얌전히 교복을 입고 학교로 간답니다. 또 끼리끼리 뭉쳐서 동네를 쓸고 다니면서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기에 분주하던 소년이 어느날 배낭을 메고 혼자 여행을 떠난다고 합니다. 아마도 한참을 떠들고 난 소년들은 어느 순간에 마음이 허전해지면서 고독감을 느끼고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여직껏 외부세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느라고 무지도 애를 써왔던 많은 소년들은 언제부턴가 자신의 생리적 성숙과 사회적, 심리적 발전이 평형되지 않고 있음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와 발전은 반드시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합니다. 하여 자신의 무능함에 대하여 약간의 실망을 하면서 독립의식으로 충만되었던 대뇌가 자아의식을 찾기 시작합니다.

독립의식은 외부를 향하여 사유하도록 하지만 자아의식은 자신의 내부를 향하여 사유하도록 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 ,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등의 자신의 정체에 대하여 사고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자신의 정체를 사고하는 과정에서 소년들은 전에 없던 고독감을 느끼게 됩니다. 

유아시기에 충분한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했던 아이들은 자신의 성장과정을 뒤돌아 보면서 자신이 늘 혼자였다고 느끼고 고독감을 느낍니다. 부족했던 사랑을 찾으려고 부모에게 과분한 요구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아이들은 제시한 요구를 반드시 만족하려는 것보다 자신에 대한 부모의 태도를 통하여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 진정한 동기입니다.  

그리고 어떤 아이들은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 위하여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못하다고 느끼고 자신에 대한 평가를 낮추기 시작합니다. 하여 자비감과 수치감을 느끼고 고독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반대로 어떤 아이들은 자신을 과대평가 함으로써 안하무인이 되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기에 고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유능력이 신속히 발전하면서 자아(自我)에 대하여 사고하기 시작한 소년들은 자신의 환상과 현실과의 큰 차이를 발견할 때면 좌절하고 고독감을 느낍니다. 또 자신의 깊은 생각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속상하고 고독감을 느끼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앞에서도 고독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자신의 독특함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때, 자신의 변화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을 때도 고독감을 느낍니다. 많은 소년들은 아직도 다른 사람의 인정과 긍정을 받아야 만이 자신의 정체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무언가 하다가 실패했을 때 아이한테 늘 이런 말을 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습니다:  “거봐라, 부모 말을 듣지 않으니 안되지...” 마치 아이가 실패하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 같습니다. 이런 부모들은 늘 아이를 위하여 모든 것을 결정해주려고 하고 모든 일에서 자신의 영명함을 증명하려고 합니다. 

이런 부모 앞에서 아이들은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등 자신의 정체에 대하여 생각할 때 자신은 지금까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이 없었고 향후에 어떤 결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서 자신에 대하여 실망하고 슬퍼하고 고독감을 느끼게 됩니다.  

사람은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또 이 일들을 해야 하는 이유도 잘 알고 있을 때 고독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 속에서도 고독한 사람은 마음속에 따뜻한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아서 마음이 허전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현재 겪고 있는 고독은 방황때문이지만, 이런 고독을 경과하고 나면 성장한다”고. 소년들이 겪고 있는 고독은 성장을 위한 사고과정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년들의 고독은 무의식적인 발전과정이기에 자신은 고독을 느끼면서도 무슨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부모와 선생님들의 충고와 인도가 필요합니다. 사춘기의 적당한 고독은 홀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되기에 자신의 정체를 찾기 위하여 사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사실을 소년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적당한 고독은 소년들의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너무 긴 고독은 우울함 등 불편한 심리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에 대인관계가 불편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인관계는 소년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소년들은 다른 사람의 평가와 언행을 통하여 보다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고 또 자신이 다른 사람의 안중에, 그리고 마음에 어떤 사람으로 평가되는지도 잘 알 수 있기에 자신의 정체를 더욱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인관계가 불편해지면 또 더욱 고독해질 수 있기에 악순환이 계속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고독한 소년들의 성장을 돕기 위하여 어른들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부모들은 소년들에게 무조건한 사랑과 믿음을 느끼게 하고 또 소년들에게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도록 함으로써 소년에게 자신이 큰 산이 되고 큰 우산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소년들이 긴 시간을 거치면서 많은 시련을 격고나서 언젠가는 자신의 본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드릴 수 있고 고독할 때나, 실망할 때나, 좌절할 때나 할 것 없이 언제나 자신과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다른 사람의 인정과 긍정이 없어도 자신의 정체를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고독한 나날로 바꿔온 성장입니다.

또한 자신의 정체를 잘 알아야만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 수 있기에 진정한 이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상은 또 자신이 노력하고 견지해야 할 이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