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중국 현지생산법인 '대우조선해양 산둥유한공사(DSSC)'가 당분간 신조사업(신규 선박 건조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시황 악화로 중국 내 발주가 전무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중국 현지법으로 인해 영업활동에 직접 나설 수 없다는 점도 장애물로 작용했다.
하지만 대우조선이 중국에서 배를 건조하는 꿈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시황이 개선되면 언제든 수주 경쟁에 뛰어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신조사업을 중단했음에도 인력 감축 및 시설 축소를 검토하고 있지 않는 이유다.
11일 외신 및 대우조선에 따르면 DSSC는 지난해 유럽 선주로부터 수주한 5만8000DWT(재화중량 t수) 2척을 오는 8월에 인도한 이후 신조사업을 잠정적으로 중단키로 결정했다. 신조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2005년 중국 옌타이에 DSSC를 설립했다. 이곳의 설립 초기 목적은 블록공장이었지만 넓은 부지에 낮은 인건비, 연평균 12.9도를 자랑하는 최적의 조업환경 등으로 대우조선의 글로벌 네트워크 전진기지로 급부상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옥포조선소가 야드(건조장) 확장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소형선 건조를 DSSC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DSSC가 신조사업을 중단한 이유는 '수주가뭄' 때문이다.
DSSC가 중국 현지에서 발주되는 선박을 목표로 종합조선소로 변신을 선언한 만큼 시황 악화는 치명적이다.
미국·유럽 등 주요국들의 경기위축으로 국내외 발주가 줄어들면서 중국 조선소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실제 중국 조선업계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수주한 물량은 2160만DWT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다.
중국조선협회(CANSI)에 따르면 자국 조선소 중 절반 이상이 올해 안에 일감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43개 대형조선소 중 10곳은 수주 실적이 전무한 상태다.
DSSC 관계자는 "지난해 신조사업에 뛰어든 이후 유럽 선주로부터 수주한 벌크선 2척이 전부"라며 "현재 상황에서 신조사업을 이끌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법적인 제한으로 직접적으로 영업에 나설 수 없다는 점도 DSSC의 발목을 잡았다. 중국법상 외국인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중국에서 선박을 건조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대우조선은 현재 DSSC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대신 대우조선은 지방정부인 옌타이시가 DSSC에 하청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옌타이시가 정부발주 형식으로 선박을 발주하면 중앙법 규제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해당 선박 건조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추가 수주를 위한 영업활동은 할 수 없다. 대우조선 고위관계자는 "시황과 현지 여건을 고려했을 때 신조사업보다는 블록에 집중하는 것이 수익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신조사업을 재개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