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자 심리교실(7)
마음에 살고 있는 사람

 

이맘때면 아이들이 유치원에 입학하는 계절인 것 같습니다.
처음 유치원에 가는 많은 아이들은 엄마와 떨어지기 싫고 낯선 사람과 낯선 장소도 불안해서 울어도 보고 여러가지로 떼를 쓰면서 반항해보지만 그래도 엄마가 꼭 데리러 올 것이라 믿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에는 엄마의 따뜻한 형상이 그려져 있기에 엄마가 꼭 온다는 믿음과 희망을 갖고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힘든 하루를 보냅니다. 하루종일 밥도 안 먹고 물도 마시지 않으면서 혼자 구석에 앉아 엄마만 기다린답니다.
이런 아이는 버려진다는 불안감때문에 다른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장시간의 초조와 불안으로 면역력도 저하되어 열이 나고 배탈도 납니다. 아이의 마음에 믿을 수 있는 엄마의 형상이 그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갓난아기는 때로는 그저 웁니다. 배가 고플 때도 아니고 기저귀 갈아줄 필요도 없는데, 또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닙니다. 다만 엄마가 근처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울어본다고 합니다. 엄마의 응답이 필요한 것입니다.
엄마가 제때에 달려와서 보살펴주고 또 뭐가 필요한지 아기의 마음을 예상대로 헤아려 준다면  아기는 불안하지 않고 내가 필요할 때 엄마가 달려온다는 믿음이 형성됩니다. 하여 엄마에 대한 믿음으로 엄마와의 안전한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아기 마음에 엄마의 따뜻한 형상이 그려집니다. 엄마 마음과 연결된 아기 마음에 따뜻한 엄마가 살게 됩니다.
그러나 엄마가 늘 근처에 없거나 또 곁에 있더라도 아기가 필요할 때 반응을 해주지 않고 마음을 전혀 헤아려주지 않는다면, 엄마의 응답을 받을 수 없는 아기는 생존의 위험을 느끼고 마음이 불안합니다. 내가 이대로 버려질까봐 두렵답니다. 엄마 마음과 연결될 수 없어서 믿음이 형성되지 않습니다.
하여 이런 아이는 엄마와의 불안전한 애착관계가 형성됩니다. 아이의 마음에 내가 필요할 때 달려와서 보살펴줄 엄마의 형상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아이는 늘 불안하고 누구도 믿을 수 없답니다. 마음에 따뜻한 엄마가 없어서 마음을 둘 곳이 없습니다.
이렇게 아기때 엄마와 형성된 애착관계는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대인관계를 이루어가는 자동시스템이 됩니다.
안전한 애착관계를 형성한 아이들의 마음에는 늘 따뜻한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만나면 반갑고 헤어지면 그리워하면서 내가 필요할 때 꼭 달려와준다는 믿음이 있는 사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잘 살아올 수 있은 것은 마음의 따뜻한 집에 그 누군가가 살고 있으면서 내가 힘들고 외로울 때면 응답해주고 마음을 달래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내 마음을 둘 곳이 있었기에 너무 외롭지도 불안하지도 않고 힘들어도 참고 견딜 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불안전한 애착관계를 형성한 아이들의 마음에는 따뜻한 사람이 살고 있지 않고 자신이 사랑받는 사람이 아니고 버려질거라 생각합니다. 거절당하고 버려질까봐 두려워서 마음의 문을 열 수 없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기시절에 마음에 따뜻한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아서 한동안 외롭게 살던 사람도 언제부턴가 그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사랑을 느끼고 마음이 연결된다면 마음에 따뜻한 사람이 살 수 있답니다. 언제라도 엄마의 사랑은 보상할 수 있답니다.
또 남편과 아내는 새로운 엄마의 역할을 해주는 사람들입니다. 아기때 부족했던 사랑을 채워주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하여 사랑하는 남편과 아내를 자신의 따뜻한 마음의 집에 초대하여 살게 함으로써 서로의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고 사랑과 믿음을 찾을 수 있답니다.
나의 마음에 누군가가 살고 있고 또 나도 그 누군가의 마음에 살고 있다는 자체가 삶의 자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음이 허전하고 외로워서 힘들 때 그냥 거기에 있으면서 항상 걱정하고 언제라도 달려올 거라 믿어지는 사람이 있어서 마음이 든든할 것 같습니다.
고독감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마음에 그 누구도 살지 않고 자신도 어느 누구의 마음에 살지 않아서 외롭고 고독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에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혼자라서 외로웠던 마음을 위로해주고 늘 거기에 있으면서 사랑해준다면 모두의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습니다.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서 보다 따뜻한 세상이 만들어질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