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작가협회 제1회 <민들레컵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빠알간 탱고화 신고(외2수)

권연이

 

드디어 화려한 단풍의 계절이 다가온다

하아얀 운동화 벗어 추억 속에 간직하고

빠알간 탱고화로 바꾸어 신는 여인

 

언제부터였을까

서리꽃 머리 위에 내리던

그날이었던가

아님

찐분홍 저녁 노을 발끝에 떨어지던

그날이었던가

하아얀 운동화에 세월의 물이 들기 시작하였고

봄과 여름을 뒤로 하고

이제 단풍의 계절을 맞는 여인은

빠알간 탱고화로 바꾸어 신는다

장미꽃 송이 입에 물고

정열의 탱고를 흔들면서

가을의 무대를 화려하게 빛낼 준비를 한다

 

 

세상

 

얇은 콧숨 하나를 사이두고

하나는 세상

하나는 세상이라고 한다지요

 

이슬도 아닌 하아얀 서리가

그대의 무덤에 촉촉히 내려앉은 계절에

 

넘나들 없는 세상 끝에

홀로 두고 당신이 보고파서

오늘도 긴밤을

만질 없는 그리움에 비틀거리다

차가운 새벽을 맞습니다

 

누구나 티켓 한장쯤 쥐고 있으나

언제쯤 떠나는 건지

또한 누구도 모르는

 

세상 맑은 공기 마시며

한껏 즐기다 가는 그날

아무 것도 가져가지 않을테니

부디 처럼

튼튼하고 가볍게 가게 수는 없을까!

 

기차로도 비행기로도 없다는 세상

한숨 타고 세상을 마감해야만

있다는 세상이라

 

세상은 뭐가 그렇게 대단하여서

한번 디디면

영영 돌아올 줄을 모른단 말입니까!

 

 

목련꽃 연서

 

간밤에

뭇별 속에서 떨어졌나

목련꽃 송이

햇살 가득한 이른 아침을

초롬히 적신다

 

님이 보내

보라빛 연서

그렇게 눈부시게 화사했다

그렇듯 시리도록 아파왔다

 

목련꽃

닿을

손을 스치면

다시 피우고 싶다

 

예쁘게 예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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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연이(权莲) 프로필

1978 10 15 길림성 교하시 출생.

2002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2010년 7월 연변대학 亚飞语言文’ 석사 학위 취득,  2011년 3월 한국 국민대학 국어국문학과 어학 석사 학위 취득.

2016 수필 “녀자였던 나를 찾아서”를 발표하면서 등단. , 수필 80여 () 발표.

2001 연변녀성 백일장 동상 수상.  2018년 전국조선족 교원수필 최우수상 수상

연변작가협회 회원, 청도조선족작가협회 시분과 팀장

현재 청도대원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