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이겨가는 조선족사장들의 이야기 58


둥글둥글 복가마가 들어오면 사랑과 행복이 찾아옵니다

칭다오성마이다()무역회사 유근재 사장



사진: 둥글둥글 복가마가 들어오면 사랑과 행복이 찾아옵니다. 유근재, 박성매 부부가 독일기술의 한국제 가마들을 소개하고 있다.


 칭다오시 청양구 하좡진(夏庄)에 위치한 성마이다() 무역회사 사무실에 들어서니 마치 가마세상에 온 것 같았다. 궁중팬(), 후라이팬(煎锅), 전복웍(蒸锅), 가마솥, 냄비 등 각양각색 가마들이 벽면에 꽉 채워져 있어 보기에도 배부른 느낌이었다.

 우리말에 가마로부터 행복이 들어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직수입한 독일기술로 제조한 가마들을 산둥 동포들에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유근재 사장(48)이 가마와 인연을 맺은 것은 11년간 러시아에서 장사하던 시절이었다.

  흑룡강성 학강(鹤岗)시 동방홍향 화춘(春)촌 출신인 유근재씨는 6남매 중 막둥이로 태어났다. 위로 누나 넷과 형이 1명 있었는데 모두 일찍 러시야와 장사를 시작했다. 그 영향을 받아 유 사장도 21살 나이인 1993년에 형제들을 따라 러시아행을 택했다. 이들이 정착한 곳은 수도 모스크바, 레닌그라드 다음으로 러시아에서 세번째로 인구가 많은 예카제림부르그였다. 하얼빈의 민모()시장, 선양의 오애()시장에서 복장을 가져다 러시아인들에게 팔았는데 수입도 짭잘하였다. 1998년 이후에는 베이징의 야보루 시장과 저장성의 이우, 퓨젠, 광둥성에서 물건을 구입해오기도 하였다.

  형제 중 나이가 제일 어린데다 러시아 당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주방일은 유근재씨가 맡아하게 되었다. 그 때로부터 가마와 연분을 맺어온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지금은 가마로 여러가지 채소를 뚝딱 해서 올려놓은 '주방선수'가 되어버렸다.

 러시아에서 간혹 당지인들 집에 초청받아 가거나 음식점 주방에 들어가본 유근재씨는 다양한 가마 수량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국물 끓이는 가마 따로, 채소 볶는 가마 따로, 생선 굽는 가마가 따로 있었는데 집집마다 10여 개 부동한 가마를 마련하고 있었다. 음식점의 주방면적은 손님들이 앉는 대청면적만큼 컸는데 수십종의 가마가 줄느런히 걸려 있었다.

 (웬 가마를 저렇게 많이 쓰지?)

 유근재 사장의 의문이 오랜 시간이 지난 썩 후에야 풀리게 되었다.

 러시아에서 돌아와 베이징, 텐진, 한국 등지로 전전하다가 2012년에 칭다오에 안착해서이다.

 칭다오에서 가마 장사를 하는 친구를 도와 재고를 팔아주면서 가마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게 되었다.

 요즘 가마는 가볍고 열전도가 빠른 납()을 주 원자재로 사용하고 있다. 핵심 포인트는 코팅 기술이다. 납가마 위에 코팅을 어떻게 잘 입히느냐가 가마의 질량과 수명에 관계된다고 한다. 따라서 궁중팬, 후라이팬, 전복웍, 냄비 등 가마들은 그 용도에 따라 코팅이 모두 다르게 나온다. 예를 들어 후라이팬 용 가마인데 장시간 물을 끓일 경우 코팅의 수명이 줄어든다. 가마는 밑굽 코팅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유해물질이 발산되기에 될수록 빨리 교체해야 한다.

 그러나 당지 한족들은 가마 한두개로 오만가지 채소를 다 한다. 코팅이 떨어져도 그대로 사용하는데 납덩이에서 분출되는 유해물질이 음식을 통해 인체에 흡입될 수 있기에 하루빨리 교체해야 한다.

 이것이 가정집들에서 사용하는 코팅가마를 7~8개월 또는 1년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이다. 서방에서는 이미 실행된지가 오랜 된다.

 가마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나니 중국의 너른 시장이 보이는 것 같았다. 

  2016년부터 그는 하좡진에 성마이다 브랜드의 상호를 내걸고 가마 장사를 시작했다.

독일 기술의 한국제품을 직수입하여 중국내수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유 사장은 처음 선택한 브랜드 마이스터쿡 (meister cook) 가마 판매를 여직껏 하고 있다. 마이스터쿡 궁중팬은 코팅력이 강하고 단단하며, 긁힘과 마모, 부식에 견디고 음식물이 잘 달라붙지 않으며 세척이 우수한 특점이 있다. 이외에도 디알 에코스탈, 로벤탈 등 명브랜드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유근재 사장이 판매하는 브랜드들은 한국에서 일본에 수출하는 제품이다. 까다로운 일본시장에 수출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제품의 질이 월등하다는 방증이다. 또 중국에서 생산되는 실리콘뒤집개(胶铲)제품을 대량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한다.

  2016년 판매 개시 첫해에 저그만치 5000여 개를 중국시장에 판매했다. 그러다가 2917년에 사드 사태가 발생하면서 한국브랜드 가마판매가 큰 영향을 받게 되었다. 2018년에 최저로 3000여개 판매하다가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줄어드니 가정집들에서 주방을 많이 활용하고 있으니 가마 판매량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근재씨는 또 자신이 사모하는 여성과 가마사랑을 하여 혼인을 성사시킨 사랑의 스토리도 갖고 있다.

 2012년 칭다오에 금방 진출하여 친구의 가마를 팔아주던 때 유근재씨는 지인의 소개로 박성매씨를 만나게 되었다. 마음 곱고 인물 체격이 좋고 성격이 온화한 박성매씨를 만나는 순간 유근재씨는 첫눈에 빠져들었다. 그 때로부터 매번 만 날때마다 유근재씨는 둥글둥글하게 생긴 이쁜 가마를 하나씩 선물했다. 그리고 재미나는 가마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반년 후 두 사람이 결혼 등록할 때 보니 박성매씨의 주방에는 수십개의 알록달록한 가마들로 가득차 있었다.

 사업에 집중하며 부지런하고 듬직한 성격이었어요. 그리고 가마를 잘 파니 앞으로 나를 굶기지는 않겠다 싶어 마음을 허락했어요

 아내 박성매씨는 수즙음에 타서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학강지역 향우회 회장직을 맡아오던 유근재 사장은 금년부터 가목사 지역 조선족향우회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지난 8년 간 해왔 듯이 해마다 멸절이나 모임 때면 유근재 사장은 고향사람들에게  둥글둥글 가마를 선물해준다. 행복과 사랑이 들어오는 둥글둥글한 가마가 가정과 회사에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고 있다.

유근재, 박성매 부부의 가마사랑은 오늘도 둥글둥글하게 염글어가고 있다.

/ 박영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