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극복하는 조선족사장들의 이야기 38

 

골프에도 마라톤이 있다

칭다오 조선족골퍼들 걸어서 117홀 라운딩 신기록 달성

 

  칭다오 조선족골프애호가들이 하루 동안 도보로 마라톤골프를 하여 117홀이라는 경이로운 신기록을 달성하여 코로나 19 사태로 침체에 빠진 분위기에 새로운 동력을 부여하고 있다.

  6월 22일은 일년 중 낮시간이 가장 길다고 하는 하지(夏至) 이다. 이날 박영석, 한성일, 한검파, 전치국 등 4명 골프애호가들은 새벽 4시 45부터 저녁 7시15분까지 골프장을 6바퀴 반을 돌았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손실을 보고 있거나 실의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멧시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한검파 전임 회장의 제안하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몇년전부터 골프애호가들이 마라톤골프에 수차 도전해왔으나 지금까지 기록한 숫자는 모 한국인이 달성한 108홀(6바퀴)이 전부이다.   

  새벽 3시 청양에서 만나 차 한대로 합승하여 출발한 일행은 4시 좌우에 화산국제골프장에 도착하였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나니 동녘하늘이 희붐히 밝아오왔고 골프장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골프장 락카룸이 아직 출근하지 않아 옷가방들을 어깨에 메고 라운딩을 하기 시작하였다.

  첫 티샷 시간이 정확히 4시 45분이었다.  부지런히 36홀을 치고 시간을 보니 8시가 조금 넘었다.  서둘러 옷 가방을 탈의실에 갖다 놓고 이번에는 2명이 한조로 라운딩을 시작했다. 박영석 사장과 한성일 사장이 일진으로 출발하고 한검파, 전치국 사장팀이 그 뒤를 따랐다. 

  화산골프장에서는 사전 통지를 통하여 마라톤골프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최대한 편의를 봐주기로 결정했다. 라운딩 도중 앞에 밀릴 경우 무조건 우선 통과시켜주고 연도에 마시고 먹을 수 있는 모든 음식 및 음료들을 무료로 제공해주기로 약속했다. 라운딩 비용은 다만 36홀 기준으로만 수금하기로 하였다. 

  이들은 11시 반에 54홀 완성하고 간단한 점심식사를 마친 후 라운딩 도전을 이어갔다. 하루에 36홀을 치기도 어려운데 오전 시간내에 벌써 세바퀴를 돈 54홀을 완성한 것이다. 

  골프를 쳐본 사람들이라면 18홀 골프를 치는데 체력이 얼마나 들어가는 지 알 수 있다. 골프카트를 타고 치면 괜찮은데 순 도보로 걸어서 칠 경우 18홀당 평균 10킬로 좌우 걷게 된다. 117홀을 치려면 저그만치 60킬로를 걸어야 한다.

  마라톤이라면 무조건 달리기만 하면 되지만 골프마라톤은 걸으면서 골프를 쳐야 한다.  숲이나 계곡, 연못, 벙크, 러프, 작은 산 등 장애물들을 극복하면서 라운딩을 완성해야 한다. 즉 골프수준이 어느 정도 높고 체력이 따라가는 사람이라야 마라톤골프 도전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날 주인공 4명은 평소 스코어가 85타 좌우를 기록하고 있으며 오늘의 마라톤골프 완주를 위하여 코로나 19 기간에도 열심히 체력을 비축해왔다. 

  오후 들어 진정한 시련이 다가왔다. 여름의 뜨거운 햇볕의 작열하에 이들은 점차 지쳐 갔으며 얼굴마다에 진땀이 송골송골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포기냐 견지냐. 물론 여기서 포기해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모두 자신들이 즐겨서 하는 운동이고 더욱이 자신의 극한이 어디인지를 알고 싶어서 도전한 것이기때문이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한시도 쉴새 없이 열심히 라운딩을 하는 모습에 골프 치러 나온 손님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골프를 치던 손님들은 뒤에서 이들이 오는 모습만 보면 모든 샷을 멈추고 뜨거운 박수소리와 환호소리로 이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골프장에서도 전문차량을 배치하여 선수들에게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주었다.

  한검파 사장은 당시 기분이 피지에이(PGA) 경기에 나선 선수들이 받는 대우를 받는 느낌이었다고 즐겁게 회억하고 있다.  무엇이든지 꾸준히 견지하면 그 보람을 느낄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신심히 느끼는 소중한 경험이기도 하다. 

  황혼이 다가올 무렵 문제가 발생했다.  축구를 즐기는 전치국 사장이 전에 축구를 하다가 다친 다리가 팅팅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고강도행진에 옛 상처가 다시 도진 것이다. 이를 악물고 견지하던 그는 끝내 제일 먼저 중도 하차했다. 기록을 보니 무려 99홀이나 견지했다. 상처를 이겨가면서 견지한 99홀, 다섯바퀴 반을 돈 것이다. 성성한 사람도 견지하기 어려운 마라톤골프를 마친 전치국 사장에게 골프장측에서는 라운딩기록증서를 정히 발급했다. 

  전치국 사장의 하차로 혼자 남게 된 한검파 사장은 앞서가는 박영석, 한성일팀에 합류하였다. 실제 한검파 사장도 전에 축구를 차다가 다친 발목이 벌써부터 부어나기 시작하였는데 어렵게 시작한 도전을 쉽게 포기할 수 없어 이를 악물고 견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앞팀과 함께 9홀을 더 견지한 한검파 사장은 108홀이라는 화산의 역대기록을 비기면서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가 끝난 후 걷지를 못해서 며칠을 집에서 쉬면서 한국인병원 김봉동 원장에게서 침구를 맞았다는 한검파 사장에 관한 후문이다. 

  108홀을 마친 박영석, 한성일 사장의 도전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날씨가 이미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이들이 117홀 마지막홀컵에 공을 달랑 집어넣었을 때는 이미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진 후였다. 더 칠래야 칠 수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박영석 사장(69년 닭띠)은 경기 후 하루만 쉬고 이튿날, 사흗날에 연속 2일 또 골프장에 나타나 골프를 쳤다고 한다. 그의 탄탄한 체력에 다시한번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한성일 사장(74년 범띠)의 강철체력도 뭇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다. 

  모든 경기가 마무리된 후 일행은 화산골프클럽에서 발급하는 마라톤골프인정서를 수여받았다. 박영석, 한성일 사장은 이날 117타라는 신기록을 세우면서 마라톤용사라는 칭호도 수여받았다. 

  코로나로 침체된 분위기를 활력을 부여한 조선족 4명 골프애호가들, 이들의 마라톤골프에 대한 도전사적은 두고두고 업계의 자랑으로 전해질 것이다.

  / 박영만 기자

 

사진설명: 마라톤골프 도전 4인방이 골프클럽으로부터 영예증서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