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극복하는 조선족사장들의 이야기 37
건축난방의 선두주자
옌청한난절능과기유한회사 변학의 사장
20여년전에 산둥성에 진출한 사람들이라면 겨울철에 동북보다 더 춥다는 느낌을 경험했을 것이다. 동북에는 집집마다 난방스팀이 갖추어져 있지만 산둥 및 장수성 일대의 가정집들에는 난방설비가 없다 보니 밖의 기온과 집안의 온도가 거의 비슷했다. 밖에서 입던 옷을 집안에서 그대로 입고 있어도 추위에 떨어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무렵 한국산 기름, 가스 보일러가 들어오면서 이러한 상황이 점차 호전되기 시작하였다. 그것도 이젠 점차 진화되어 열전도방식을 이용하여 난방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이 나와서 화제다.
2013년부터 장쑤성 옌청시(江苏盐城市)에서 건축난방에 종사한 변학의(54세) 사장을 만나 그 변화과정을 알아보았다.
고향이 흑룡강성 아성시 홍기촌인 변학의씨는 1997년 칭다오에 진출하여 여러가지 사업을 벌이다가 현지 사람들이 겨울이면 추위로 고생하는 상황을 보고 난방설비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인과 조선족이 상대적으로 많은 칭다오를 떠나 한국기아차가 진출한 옌청시에서 스타트를 뗐다.
동풍열달기아차(东风悦达起亚车)를 생산하는 옌청시에는 기아차 관련 부품업체들의 진출이 붐을 이루고 있었다. 처음에는 한국인들이 살고 있는 가정집들에 바닥난방, 스팀난방을 설치하는 것이 그의 주 업무였다. 100제곱미터의 가정 집을 예로 들면 한국보일러를 설치하는데 2만 위안 정도 드는데 풀 가동할 경우 월 전기세가 2000위안이 넘어가기가 일쑤이다. 일반 가정들에서는 엄청 큰 부담이었다.
500여 가정집에 보일러를 설치하는 와중에 그는 어떻게 하면 전기세와 에너지를 되도록 절감할 수 있을까를 시종 고민해왔다.
그러다가 드디어 기회가 왔다. 한국의 모 난방회사에서 출시한 난방시스템이 원가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그는 옌청시 옌두구 지능종단(盐城市盐都区智能终端) 국가산업단지 내에 한난절능과기(盐城韩暖节能科技)유한회사를 설립하고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1,2층 구조 5000제곱미터 면적에 750만달러를 투자하였다. 친척들의 자금을 모아 합심으로 꾸린 것이다.
난방시스템에 핵심으로 쓰이는 EP초도관(超导管)만 한국에서 직수입하고 나머지 부품은 현지에서 조달하는 방식으로 제품이 출하하기 시작하였다.
한난(韩暖)회사에서 새로 출시한 난방설비는 기존 호스 안으로 물이 지나가는 방식이 아닌 스텐레스 안에는 물이 들어가지 않고 순식간에 열 전도를 주는 방식으로 기존 난방 온수 사용량의 80%를 절감, 전기세를 최대 60%까지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식이었다. 친환경 건축자재를 사용함으로써 난방비 절감효과는 물론 높은 내구성과 오랜 시간 열적성능이 유지되는 큰 장점을 가진 제품인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 절감을 위한 한난회사의 난방설비는 출하하자부터 큰 각광을 받았다. 옌청은 물론 산둥, 동북에서까지 구입문의전화가 쏟아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올초에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때문에 원자재 수입 내원이 끊겨 버린 것이다. 이대로 손을 놓고 기다릴 것이냐 아니면 자체로 연구개발할 것이냐의 고비에 들어선 것이다.
한번 손을 댔다 하면 끝을 보는 성격의 변학의씨는 독자적 개발에 나서기로 결심하였다. 동시에 한국의 보일러회사에서 10여년을 근무한 경험이 있는 조선족 윤경철씨를 공장장으로 초빙하여 밤낮으로 연구개발에 달라붙었다. 수십가지의 국산제품을 가져다가 꼬박 3개월간 실험한 결과 한국제품의 성능과 똑같은 부품 생산에 드디어 성공하였다.
코로나19가 역설적으로 변학의 사장에게는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실현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한난회사에서 생산하는 난방설비는 100제곱미터의 경우 설치비용이 기존의 기름이나 가스보일러보다 20% 증가한 2.4만 위안인 반면 전기세를 최소 50% 절감할 수 있는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한편 변학의 사장 회사의 변화와 더불어 옌청한겨레사회도 몰라보게 성장하고 있었다. 현재 옌청시에는 한국인과 조선족이 2000여명 살고 있으며 그중 조선족기업이 60여개가 된다. 옌청시내 보룽성시광장(宝龙城市广场)과 중난청(中南城)에 대부분 가게들이 집중되어 있다. 변학의 사장 부인도 보룽성시광장내에서 정애한국마트를 7년 운영하고 있는데 인심이 후하다는 입소문이 나있다.
옌청시는 국내에 이름난 자동차성(汽车城)이란 명성에 걸맞게 교통설계가 과학적으로 잘 되어 차가 막히는 현상이 별로 없다. 옌청시 비행장이나 기차역 및 길가에 중국어와 한국어 두가지로 안내표시가 되어 있으며 국가급프로젝트인 중한(옌청)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한국인과 조선족들에 특별히 우대해주고 있다.
“앞으로 옌청시는 우리민족이 모여서 거주하는 제2고향으로 거듭날 것이 분명합니다. 올 겨울의 난방은 우리 한난회사에서 책임지겠습니다.”
변학의 사장의 말이다.
중국 국내에서 건축난방의 선두주자로 달리는 변 사장의 고객 만족 에너지 절감의 노력은 지금도 현재진행 중이다.
/ 박영만 기자
사진: 변학의 사장이 옌청회사 사무실에서 자체로 개발한 국산부품 웃점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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