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성 기업들의 '경쟁력' 비결은?

적극적 M&A와 벤처 육성  

 

 

 

치솟는 임금·둔화되는 경제성장률 등 이중고에 시달리는 산둥성 기업들이 해외 유명브랜드를 인수하고, 신생 벤처를 지원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하이얼, 하이센스(海信集團), 산둥루이테크놀로지그룹 등 산둥성에 위치한 제조업체들을 조명하며 이같이 분석했다. 

 

이들은 베트남 등 떠오르는 저가 생산기지에 맞서 해외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신생 벤처기업들을 지원하며 사업 아이디어를 수혈받는 등 글로벌 분업체계의 상단으로 이동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선봉에 선 대표적 기업이 섬유회사인 산둥루이테크놀로지그룹이다. 작년 매출이 400억 위안(한화 약 7조448억원)에 달하는 이 회사는 '섬유제조업체'에서 '패션브랜드 관리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3월 유명 브랜드인 산드로(Sandro)를 보유한 프랑스 ‘SMCP SAS’의 지배지분을 사들였다. 중국에 부족한 고급제품 디자이너 인력을 확보하고,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이 회사의 리윤평 대변인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인수한 유명 브랜드로 판매하면 이윤 폭이 40%에 달하지만 다른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면 10%에 불과하다”며 이 유명 브랜드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장루이민 회장이 이끄는 중국의 대표적인 가전 회사인 하이얼은 지난 2013년 이후 신생벤처기업 180개를 지원해왔다. 

하이얼이 지원한 업체 12개는 기업가치가 각각 1억 위안(한화 약 17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품 보관함을 지역 사회에 제공하는 '리리슌 레지아(日日顺乐家)'가 대표적 사례다. 

하이얼이 도움을 준 벤처에는 아울러 인터넷으로 조리법을 배우고, 보관 음식의 수량을 확인한 뒤 주문도 할 수 있는 신개념 냉장고(Xinchu) 제조 벤처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신생 벤처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수혈받으며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비하고 있다. 연결해 개발한다는 'C&D(Connect &Development)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 6일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가전부문 인수작업도 완료했다. 매입가는 56억달러(약 6조4820억원)다. 

 

이밖에 산둥지역의 또 다른 가전업체인 하이센스도 지난해 샤프TV 멕시코 공장을 277억원에 인수했다. 

 

산둥성 기업들이 해외 브랜드를 사들이고, 벤처를 지원하는 것은 브랜드 파워가 강한 선진국의 기업들과 저임으로 무장한 후발개도국의 기업들 사이에서 자칫 '넛 크래커'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다. 

 

미국의 투자자문 컨설팅사인 메들리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앤드류 폴크 연구원은 “민간 기업들의 혁신은 보상받기까지 시간이 오래걸린다"며 "가치 사슬의 윗부분으로 올라가는 일은 중국 동부 연안 기업들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신은 "한단계 상승하지 못하면 베트남 등에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인구 9800만명의 산둥성 기업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며 "이러한 위기감이 이윤폭이 더 큰 자체 브랜드에 대한 선호현상을 부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