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1년 05월 13일 
 
(정양) 박련옥

 

아침 즐거운 기분으로 출근길에 나설 때면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아이들의 얼굴이다.

 

전날 꾸중을 들은 최신이는 오늘 어떤 상황일지, 5일째 감기에 몸살을 앓고 있는 희민이는 오늘 학교에 나올 수 있을지, 개구쟁이 호중이는 탈없이 등교했을지    나는 옷매무시를 단정히 하고 교실로 들어섰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학생들은 예나 다름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깍듯이 인사를 한다. 그 소리를 나는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 이뻐요,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라는 말로 듣는다. 애들만 보면 내 마음이 꿀먹은 듯이 달콤하기만 하다. 교실을 한바퀴 돌아보면서 애들의 분위기를 면밀히 살피는 것도 이젠 한가지 습관이 돼버렸다. 기분상태가 어떤지, 옷을 단정히 입었는지, 몸이 불편한 애들이 없는지, 그러면서 하나하나 살짝 미소를 지어주며 어깨를 다독여 준다.

 

수업시간이다. 수업은 나에게 제일 즐거운 순간이며 또 가장 조심하는 시간으로 간주된다. 우리의 미래들에게 나의 지식을 하나라도 더 전수해줄 수 있어 즐겁고 또 배우겠다고 초롱초롱한 눈길로 선생님을 바라보는 샛물처럼 깨끗한 그들의 눈에 약간의 티라도 들어가지 않게 정신을 가다듬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열심히 준비한대로 도입단계부터 정경설치까지 아이들의 학습흥취를 불러일으키고 다음 단계부터는 합당한 물음을 제기하면서 지식전수에 들어간다. 그러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너나없이 수업에 빠져들 때면 마음이 달콤하다. 배움을 즐기는 학생들을 나는 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격려를 보낸다. 이렇게 하루 수업을 마치면 충실하고 마음이 후련해져 스스로 기뻐지게 된다.

 

이러한 애들이 가끔은 얄미울 때도 있다. 한창 즐겁게 뛰놀면서 커가는 나이인지라 이러저러한 사달들이 일어나곤 한다. 어느 점심시간에 있은 일이다. 아이들이 점심을 먹고 운동장에서 뛰놀다 한 한생이 부주의로 다른 학생을 밀어 놓아 넘어졌던 것이다. 그걸 본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와서 나한테 일러바친다. "선생님, 홍태가 친구를 밀어놨어요.", "호중이가 다쳤어요."

 

달려가 보니 호중이가 넘어져 다리에 상처를 입었던 것이다. 순간 내 마음에는 "또 호중이가 다쳤구나. 호중이 엄마에게 어떻게 교대해야지?"라는 질문들이 번잡하게 오갔다.

 

이때 호중이가 "선생님, 미안해요. 홍태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예요. 난 남자니까 울지 않아요. 그리고 엄마하고도 울지 않았기에 칭찬해 달라고 할 거예요."라고 나를 도리어 위안해주었다. 나는 그제야 정신을 가다듬고 호중이를 데리고 의무실로 행했다. 

오후 수업시간을 잠간 빌어 나는 학생들과 토론을 가졌다. 토론 주제는 아픔을 참으면서 선생님을 위로해준 호중이의 소행과 이러한 일이 일어났을 때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등등 이었다.

 

토론 결과 학생들은 호중이와 같은 씩씩한 어린이로 자랄 것을 약속했고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을 경우 우선 친구를 도와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하야 한다는 의식도 가졌다. 사후 호중이 엄마한테 전화를 하면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쭉 얘기해 주었더니 "우리 호중이 정말 헴이 많이 들었습니다."하고 기뻐했다.

 

나는 이러한 아이들한테 정이 들었다. 그만큼 사랑과 정성을 주니 애들도 몰라보게 성숙되고 커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매일 이러한 평범한 일상들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